박태환 ‘괘씸죄’ 1년 6개월이나 괴롭혔다

입력 2014-03-1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수영연맹이 박태환에게 2012런던올림픽 포상금 5000만원을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은 포상금 지급의 내막은 무엇일까. 호주전훈을 마치고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태환(가운데)이 팬의 선물에 환하게 웃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2런던올림픽 포상금 지난달 받아
작년 봄 지급 결정하고도 10개월 끌어
수영연맹 “바로 주면 모양새 안좋아”
박태환, 5000만원 장학재단 기금으로

‘올림픽 포상금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에 받는다?’ 대한수영연맹(회장 이기흥)의 불편한 현실이다. 수영연맹이 2월 초 박태환(25·인천시청)에게 2012런던올림픽 포상금 5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2년 8월 런던올림픽이 폐막한 이후 무려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박태환 측은 이 5000만원을 장학사업에 쓸 계획이다.


● 포상금 미지급 논란의 내막

박태환의 런던올림픽 포상금 미지급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1월 수영연맹의 정기 대의원총회 때다.

당시 총회에선 2012년도 정기 자체감사 결과보고가 눈길을 끌었다. 서정일 감사는 박태환의 포상금 미지급 문제를 지적하며 “이사회 결의사항이라 절차적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포상금 지급에 최상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딴 박태환은 수영연맹 포상규정에 따라 5000만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은 “박태환이 연맹 주관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런던에서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등 대표선수로서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했다. 박태환의 포상금은 다이빙 꿈나무들을 위해 쓸 것이다. 교육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태환 측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체육계에선 “박태환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 포상금 지급에 1년 6개월…이기흥 회장의 박태환 벌 주기?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외신에까지 소개되며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다. 수영연맹에 대한 여론의 질타는 거세졌다. 결국 수영연맹은 이사회(지난해 4월말∼5월초)에서 박태환의 포상금 미지급 문제를 재론했고, 결국 포상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결정 이후에도 포상금 지급에는 10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이기흥 회장은 “(포상금을) 바로 주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자숙의 시간을 갖게 한 뒤 지급하자는 취지였다. 수영연맹은 회계연도가 2월말로 끝나기 때문에 포상금 지급 결정 이후 해를 넘긴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박태환 측 “포상금 5000만원 장학사업에 쓰겠다”

런던올림픽 이후 후원사였던 SK텔레콤과 결별한 박태환은 현재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훈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명수학강사 우형철(SJR기획 대표) 씨가 ‘2년간 10억원의 지원’을 약속하기 전까지는 자비로 호주전지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는 11일 “조만간 태환이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포상금 5000만원은 그 장학재단을 통해 후배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2008베이징올림픽 직후 수영연맹으로부터 1억원의 포상금을 받은 뒤에도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전담팀 관계자들에게 5000만원씩 건넸다. 2011상하이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포상금 5000만원도 “꿈나무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써달라”며 수영연맹에 기탁한 바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