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주년 특집] 축구공 대신 마이크 잡은 레전드…입심 전쟁의 승자는?

입력 2014-03-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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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방송 3사 간 뜨거운 해설 삼국지가 펼쳐질 전망이다. SBS 차범근 위원에게 MBC 안정환, KBS 이영표(사진 왼쪽부터) 위원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과연 시청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스포츠동아DB

■ 대결! 차범근·안정환·이영표

월드컵 중계는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 간의 총성 없는 시청률 전쟁이다. 월드컵 중계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방송사가 제공하는 영상을 쓴다. 시청자가 보는 화면은 똑 같다. 방송사는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역량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동안은 차범근(61) 위원을 앞세운 쪽이 모두 우세했다. 차 위원은 2002한일월드컵, 2006독일월드컵 때 MBC해설위원으로 경쟁사를 압도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은 SBS 단독중계였다. SBS는 대회직전 삼고초려 끝에 차 위원을 영입해 중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차 위원은 브라질월드컵에서도 SBS 마이크를 잡는다. KBS는 차 위원의 대항마로 이영표(37), MBC는 안정환(38)과 송종국(37)을 점찍었다.

방송 3사가 치열한 ‘해설 삼국지’를 펼칠 전망이다. 이 경쟁을 보고 있으면 한정된 땅덩어리(광고시장)를 누가 차치하느냐(시청률)를 놓고 위, 촉, 오 세 나라가 패권을 다투는 소설 삼국지가 떠오른다. 방송 3사의 책임 프로듀서들에게 중계 전략과 메인 해설위원들의 강점을 들은 뒤 삼국지의 주요 등장인물에 대입시켜 봤다. MBC는 안정환과 송종국 중 메인 해설위원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면 관계상 안정환만 실었다. 최용현의 ‘삼국지 인물 108인전(출판사 일송북)’을 참고했고, 평소 축구 현장에서 취재하며 느낀 해설위원들의 성격과 특징도 곁들였다.


● 방송 3사 전략은

KBS의 모토는 ‘새로운 선택, 새로운 카드’다. KBS 백정현 스포츠제작팀장은 “KBS는 축구라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시청자 층에 약했다. 이 부분을 개선해 즐기며 볼 수 있는 중계를 위해 모든 방식을 과감하게 다 바꿀 생각이다”고 선언했다.

MBC는 ‘세대교체’를 외친다. SBS의 차 위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MBC 김현일 스포츠국 차장은 “2002월드컵 출신들이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생생한 해설을 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다. 안정환, 송종국이 예능프로그램에 이미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친숙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SBS는 ‘축구는 축구답게’를 기치로 내걸었다. SBS 박준민 스포츠제작팀장은 “경쟁사가 동계올림픽 때 예능인을 해설로 앉히는 등 변화를 줬지만 우리는 그런 장식적인 요소보다 축구 본질에 충실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축구의 전설’ 위상에 순수한 인간미 갖춰
포용력과 인화력 앞세워 탄탄한 팀워크 발휘

● SBS 차범근=유비

삼국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캐릭터는 유비다. 차 위원도 마찬가지다. 한국축구 레전드다. 박 팀장은 “차 위원에 대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월드컵 출전 감독 상당수가 차 위원과 선수시절을 함께 해 정보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유비는 누구나 성심으로 대하고 겸손하다. 유비 진영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인화를 바탕으로 한 튼튼한 팀워크이고, 그 원천은 유비의 인간적인 매력에서 나온다. 최고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차 위원도 직접 만나보면 순수하기 그지없다. 특히 아이들을 좋아한다. 차 위원은 A매치나 K리그 경기장에 오면 밀려드는 사인, 사진 공세에 정신이 없다. 다 해주다 보면 끝이 없다. 원칙이 있다. “아이만 오세요.” 아이라면 모두 허락한다. 유비에게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포용하는 힘이 있다. 박 팀장은 “차 위원은 축구가 곧 생활이다. 그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나 반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믿고 따르게 된다”고 했다.

MBC 송종국 해설위원(사진)은 조리 있는 말투와 차분한 진행이 강점으로 꼽힌다. 송 위원은 메인 해설자리를 놓고 선배인 안정환 위원과 경쟁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아름다운 축구 구사한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

곱상한 외모와 달리 배포와 의리 강한 상남자

● MBC 안정환=손권


오나라 수장 손권은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전국시대의 전술가 손무의 후예다. 그 피를 타고 났는지 용감무쌍하고 책략도 뛰어나다. 안정환은 한국축구 사상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 중 한 명이다.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상대 진영으로 질주해 아름다운 골을 쏘아 올리던 안정환의 모습에서 장수들을 이끌고 적을 치는 손권이 연상된다.

안정환은 곱상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배포가 크고 남자다운 스타일이다. 선배에게 깍듯하고 후배들에게 쓴 소리도 마다 않는 리더십도 지녔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상남자’다. 이런 성격 덕분에 대표팀 홍명보 감독과도 사석에서 격의 없이 어울린다. 손권 역시 의리와 대범함의 대명사다. 손권은 자신의 형(손책)에게 충성하던 장소와 주유를 사부의 예로 대했고, 한 번 발탁한 사람은 끝까지 신뢰했다. 의심의 여지가 있는 적(촉나라)의 참모 제갈량의 친형 제갈근을 손권이 끝까지 신뢰하고 대임을 맡긴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평생 전장을 누비며 경험 통해 책략 쌓은 지장
스포츠동아에 에세이 연재…뛰어난 필력 자랑


● KBS 이영표=조조

삼국지 최고의 영웅 조조는 많은 재능을 한 몸에 지닌 인물이다. ‘꾀돌이’ ‘초롱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이영표와 비슷하다. 백 팀장은 “이영표는 다양한 커리어를 가졌다. 또 워낙 박식해 홍명보 감독과 코치, 선수를 제외하면 현 대표팀에 대해 가장 많이 알 것이다”고 했다. A매치 127경기, 잉글랜드와 독일 등에서 뛴 경험은 평생 전쟁터를 누비며 정치가, 군략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조조와 닮았다. 또 조조는 문필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혹자는 그가 남긴 시문(詩文)만으로도 조조를 위인의 반열에 올리는데 손색없다고 했다. 이영표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는가. 이영표는 스포츠동아에 ‘프롬 더 라인(From the line)’이라는 에세이를 연재했는데,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모두 이영표가 직접 썼다. 이영표는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 때도 회견문을 손수 쓰고 꼼꼼하게 다듬었을 정도로 필력이 뛰어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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