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홍보팀 “흥미로운 스토리 담은 기사 많이 써주길”

입력 2014-03-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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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홍보팀 지윤미 과장(오른쪽)과 프로축구연맹 커뮤니케이션팀 김가은 과장은 스포츠동아 창간 때부터 쭉 홍보 업무를 맡아 왔다. 스포츠동아는 두 사람의 냉정한 평가를 통해 지난 6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종원 기자 won@domga.com 트위터@beanjjun

■ 축구 홍보담당자들이 말하는 스포츠동아

창간 때 기자들 땀냄새 밴 체험기사 기억 남아
잘못 지적할 땐 눈치 안 보고 할 말 하는 신문
정통한 관계자? 비판기사는 신뢰도 중시해야

한국축구를 관장하는 가장 큰 두 단체는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다. 협회 홍보팀 지윤미 과장과 연맹 커뮤니케이션팀 김가은 과장은 스포츠동아 창간(2008년 3월) 때부터 쭉 홍보 파트를 맡아왔다. 지 과장은 2003년 스포츠전문지에서 기자를 하다가 2005년 10월 협회 홍보팀으로 이직했다. 김 과장은 2004년 3월 연맹에 입사해 홍보 업무를 시작했다. 창간 6년째를 맞은 스포츠동아에 대한 ‘홍보 맨’의 평가가 궁금했다. “스포츠동아를 안주 삼아 눈치 보지 말고 맘껏 씹어 달라”고 부탁했다.


● 초심을 잃지 말라

6년 전과 비교해 미디어 환경은 더 변했다.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매체, 1인 미디어를 넘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등장했다. 종이신문은 점점 더 위축돼 가고 있다. 지 과장은 “이거 하나는 꼭 말하고 싶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6년 동안 정체성을 지켜왔다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고 부드럽게 포문을 열었다.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 씁쓸했다. 김 과장은 창간 당시 기억나는 아이템으로 ‘OOO 기자가 간다’를 꼽았다. 기자들이 현장을 찾아 체험기를 생생히 풀어내는 형태였다. 김 과장은 “남장현 기자(축구담당)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골키퍼 훈련을 하고 시상식 때 양복 입고 경호원 체험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독자들이 모르는 세계를 발로 뛰며 소개하고 일회성이 아니라 시리즈로 이어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몇 차례 체험을 했는데, 김 과장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듯 했다. 내심 섭섭했지만 자존심 상해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 스토리가 힘이다

2014년 스포츠동아의 슬로건은 ‘why(왜)가 강한 신문을 만들자’다. 속보성이 강조되는 인터넷 환경 때문에 스트레이트 기사가 의미 없어진 지는 오래 됐다. 한 경기가 끝나면 수백 개의 기사가 포털사이트를 통해 한꺼번에 쏟아진다. 경기결과를 신문으로 확인했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필 적 이야기다.

지 과장은 “여러 신문을 쫙 펼쳐 놓고 같이 보다보면 다른 신문에서 볼 수 없는 날카로운 칼럼이나 스포츠동아도 쓰고 있는 ‘사커토픽’ 같은 꼭지에 눈이 간다”며 “이런 기사 쓰려면 현장에 미리 가서 이야기도 듣고 발품 팔고 술자리에서도 오래 버텨야 하지 않나. 스포츠동아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더 분발해 달라”고 했다.

김 과장은 “우리는 프로축구를 1년 끌고 가는 입장이다. 스포츠동아 독자를 위한 최소한의 스트레이트 기사는 필요하지만 그보다 리그의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글이 더 좋다. 예를 들어 울산 김신욱이 골을 넣으면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와 연결되는 다른 흥미로운 스토리를 끄집어내는 그런 기사 말이다”고 설명했다. 뜨끔했다. 날 보고 하는 말인가? 사실 기자는 최근 울산 현장에서 김신욱이 골을 넣는 장면을 봤다. ‘김신욱이 이렇게 잘 했고 저렇게 골을 넣었다’는 다소 뻔한 기사를 쓰고 올라와 내심 찜찜하던 차였다. 아무래도 그 기사를 보고 하는 말 같다. 오늘 김 과장과는 영 궁합이 안 맞는 듯 하다.


● 정통한씨를 밝혀라

언론계에 흔히 통용되는 비어 중 ‘조진다’는 말이 있다. 비판적인 기사를 뜻하는 말이다. 두 사람은 “스포츠동아는 비판기사를 쓸 때 확실히 여기저기 눈치를 보는 것 같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립 서비스 아니냐”고 묻자 김 과장은 “다들 인정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 과장은 “(스포츠전문지의) 후발주자라 다른 신문과는 달라야 했을 거고 또 데스크 성향도 있지 않을까”라는 나름 분석을 내놨다. 데스크 성향이라. 최현길 부장 얼굴이 스쳐 간다. 일리 있는 말인 것 같다. 김 과장은 “스포츠동아 축구담당이 3명인데 이런 부분에서는 다 역량이 있어 보인다. 막내기자(축구담당 박상준 기자)만 봐도 그렇다”고 했다. 후배가 이렇게 인정받는 줄은 미처 몰랐다.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판기사일수록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정통한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언론이 정보 제공자를 익명으로 처리할 때 주로 ‘정통한 관계자’라는 표현을 쓰면서 생긴 말이다. 지 과장은 “기자들도 나름 소식통이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정통한씨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했다. 앞으로는 취재원도 보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 아무도 제보해주지 않을 텐데. 딜레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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