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미운 정마저 떨어지게 하는 광저우의 ‘진상’

입력 2014-04-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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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뿐 아니라 관중석에서도 신경전이 대단했다. 전북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열린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중국 팬들이 광저우의 5-1 승리를 바라는 문구를 관중석 난간에 내걸었다.(왼쪽 사진) 이에 전북 팬들은 최강희 감독이 웃고 있는 사진을 걸개로 만들어 맞받아쳤다. 전주|박화용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훈련시간 넘기기 일쑤…물품 대여·티켓 과다요구도
전북, 3년 연속 챔스리그 상대…진상짓에 두손두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 현대에게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는 가깝고도 먼 상대다. 두 팀은 올해까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3년 연속 마주쳤다. 여기에 광저우 소속의 중국국가대표 황보원(27)은 2011년부터 2012년 여름까지 전북에 몸담았다. 한국국가대표 중앙수비수 김영권(24)까지 있으니 인연의 끈이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광저우 유니폼을 입은 그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심기가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 특유의 ‘만만디’ 정신에 졸부 근성까지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재벌인 구단주가 주는 돈이 넘쳐나니 거만하고 이기적이다.

광저우가 챔피언스리그에 처음 출전한 2012년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태도가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인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시대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규정 파기는 기본이고, 막무가내 행동을 일삼고 있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리피 감독은 결전 하루 전인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G조 4라운드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단지 “장거리 이동 때문에 피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팀 훈련 때는 시종 유쾌한 표정을 지어 주위를 아연실색케 했다.

경기에 맞춰 이러저런 일정을 짜는 것은 홈팀의 권한이지만, 광저우는 전북이 제시한 스케줄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희망 일정을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이에 전북이 공식 일정대로 따라줄 것을 재차 요청했지만, 입국 당일까지 답을 주지 않다가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또 있다. 광저우는 기본적인 훈련물품조차 챙겨오지 않았다. 팀 훈련에 사용할 폴(막대기)이 없다면서 전북에 경기용 코너플래그(코너킥 지점에 꽂는 깃대)를 빌려달라고 했다. 미안한 기색도 전혀 없었다. 전북은 물품을 제공했지만 씁쓸함은 감출 순 없었다. 심지어 광저우는 규정시간(1시간)을 훌쩍 넘겨 팀 훈련을 진행했다. 담당자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과한 수량(3000장)의 원정석 티켓 확보를 요구해 빈축을 샀다. 마치 홈경기로 만들 듯한 태도였다. 팬들도 가관이었다. 수 명의 전주 지역 중국 유학생들은 경기장 선수단 출입구까지 들어와 요란스럽게 사인 공세를 펼쳤다.

일련의 사태를 모두 지켜본 AFC 경기감독관도, AFC 마케팅을 관할하는 월드스포츠그룹(WSG) 담당자도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 관계자는 “AFC 미팅에서 간혹 광저우 구단 직원들을 만나고 옛 선수(황보원)를 보면 반갑긴 한데, 팀 자체는 정말 피곤하다. ‘광저우 스타일’이 중국축구에 정말 존재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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