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록 “할아버지께서 하늘에서 응원”

입력 2014-04-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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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윤일록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아껴주던 할아버지를 최근 하늘로 떠나보냈다. 윤일록은 경기를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나주까지
 내려가 할아버지 영정에 인사를 드린 뒤, 매 경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윤일록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히로시마 
산프레체(일본)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FC서울 윤일록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아껴주던 할아버지를 최근 하늘로 떠나보냈다. 윤일록은 경기를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나주까지 내려가 할아버지 영정에 인사를 드린 뒤, 매 경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윤일록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히로시마 산프레체(일본)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지금의 윤일록 만든 할아버지의 사랑

어릴 때부터 보약·좋은 음식 등 챙겨줘
덕분에 왜소한 체격에도 단단한 몸 가져
지난달 21일 비보…리그 첫 골 영전에
이후 매 경기 맹활약…챔스리그서도 골


FC서울 공격수 윤일록(22)은 지난달 2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4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28분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추가골을 작렬했다. 그러나 그는 환호하지 않았다. 묵묵히 두 팔을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얼마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윤홍인 씨에게 바치는 세리머니였다. 윤일록에게는 꽤 의미 있는 득점이었다. 2월 25일 센트럴코스트 마리너스(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지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선 골맛을 못 보던 참이었다.

윤일록은 할아버지가 끔찍하게 아끼는 손자였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입이 짧고 몸이 약한 편이었다. 특히 축구를 시작한 뒤로는 왜소한 체격 때문에 늘 힘에 부쳐했다. 할아버지가 팔을 걷고 나섰다. 보약이나 몸에 좋은 음식을 늘 아버지 편에 챙겨서 윤일록에게 보내곤 했다. 윤일록은 이런 할아버지의 사랑을 알았기에 어린 나이임에도 쓴 보약을 군말 않고 다 먹었다. 윤일록의 에이전트인 지쎈 류택형 상무는 2일 “윤일록이 할아버지 덕분에 단단한 몸을 갖게 됐다고 늘 말해왔다”고 전했다.

윤일록은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게 되면서 할아버지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특히 2011년 경남FC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더 멀어졌다. 프로선수에게 설과 추석을 챙기는 것은 사치다. 추석은 시즌 중이고, 설은 동계훈련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윤일록은 올해 설 전에 짬을 내 모처럼 할아버지를 찾았다. 5∼6년만의 방문이었다. 그게 할아버지와 마지막일 줄은 미처 몰랐다. 할아버지는 3월 21일 눈을 감으셨다.

윤일록은 그날 오후 훈련을 마치고 밥을 먹다가 소식을 들었다. 이틀 뒤인 23일이 부산 아이파크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였지만, 용기를 내 서울 최용수 감독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최 감독도 십분 이해했다. 최 감독은 “(윤)일록이가 할아버지와 각별하다는 것을 알았다. 경기는 신경 쓰지 말고 할아버지 잘 보내드리고 오라고 위로했다”고 밝혔다. 윤일록은 3월 22일 새벽 나주에 도착해 할아버지 영정에 인사를 드리고는 곧바로 서울로 돌아와 이튿날 부산전을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잊지 않았다. 하늘에서 힘을 북돋워줬다. 윤일록은 3월 26일 제주전에서 정규리그 첫 골을 신고했다. 이어 4월 1일 히로시마(일본)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4차전에서도 멋진 칩 샷으로 1-1 동점골을 터트렸다. 서울 공격진이 올 시즌 다소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윤일록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윤일록은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 계속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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