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프런트와의 갈등

입력 2014-04-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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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은 단 10명에게만 허락되는 자리다. 화려해 보이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힘든 자리이기도 하다. 사진은 23일 자진사퇴한 LG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 DB

■ 프로야구 감독의 빛과 그림자

우리나라 단 10명…역대 63명만 감독 경험
100명에 가까운 선수·스태프 진두지휘 중책
성적·선수기용 등 스트레스와 매일 싸워야


누구나 원하고 탐을 내지만 쉽게 하기 어렵다. 바로 프로야구 감독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업 가운데 단 10개만 자리가 있다. 야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꿈꾸는 최초의 목표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고 마지막 목표는 프로야구 감독이 되는 것이다. 1982년부터 시작해 프로야구 감독 자리에 오른 사람은 단 63명. 프로야구를 경험한 수많은 사람 가운데 극소수만이 감독 자리를 경험했다. 감독은 과연 어떤 자리일까.


● 감독은 매력적인 자리다

야구 감독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없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가 처음 탄생됐을 때 감독의 업무는 주무관에 가까웠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감독을 헤드코치가 아닌 매니저로 부르는 이유다. 여러 선수들을 모아서 경기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잡다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야구가 발전하면서 감독이 해야 하는 일은 많아졌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잘 풀어나가도록 하는 역할이 갈수록 커졌다. 작전과 전술이 생기면서 감독의 역할은 중요해졌다. 야구가 감독의 경기인지, 선수의 경기인지, 지금도 서로의 주장은 평행선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금도 야구가 감독의 경기라고 말한다.

반면 야구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과 관중, 시청자가 마음속으로 감독이 돼서 작전을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살린 것이 온라인 야구게임이다. 그들의 눈으로 본다면 야구 감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감독의 작전과 선택이 평가받고 결과를 놓고 비난 받는 이유다.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수많은 스타를 제쳐두고 오직 10명에게만 집중되는 시선. 프로야구 감독은 100명 가까운 선수와 스태프를 이끌고 매일 경기를 펼치며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다. 감독에게 승리는 천당이고 패배는 지옥이다.


● 감독 자리가 힘든 이유

감독은 모든 판단과 행동에 평가를 받는다. 매일 중요한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긴장하며 받아드는 학생의 심정이다. 결과는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다.

감독은 경기 도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과 결과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팀이 연승을 해도, 우승을 연달아 차지해도, 감독은 또 다른 전쟁을 치른다. 선수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감독의 특성 때문이다. 포지션은 한정돼 있고, 그 자리를 원하는 선수는 넘쳐난다. 비주전은 감독을 멀리한다. 감독은 그런 선수들과의 신경전에서 이겨야 한다. 처음에는 감독의 권위에 따라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선수들은 내성이 생긴다.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한층 더 강력한 뭔가가 나와야 한다. 이 갈등구조가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에 이르거나 방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팀은 순식간에 와해된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우승이 기쁜 이유에 대해 “선수들이 힘들게 고생한 결과를 우승이라는 성과물로 줄 수 있어서”라고 했다. 성과를 주지 못하는 감독은 그래서 힘들다. 성적과 내부전쟁은 감독의 스트레스 수치를 최대한 올려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 감독이 사표를 쓰는 진짜 이유

감독이 가장 힘들 때는 프런트와 알력이 생겼을 경우다. 서로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면 양쪽은 같은 집에 살지만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처럼 된다. 감독은 휘하의 선수들을 책임지는 위치다. 구단이 성심성의껏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감독은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허수아비가 된다.

최근 우리 야구는 프런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야구단은 식당이고 감독은 주방장의 위치에서 좋은 재료를 다듬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식당 주인이 좋은 재료를 공급해주지 않거나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 간섭하면 사달이 난다.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는 의기가 투합해 문을 열었지만 영업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것들에서 의견의 불일치가 나타난다. 그것이 현장과 프런트의 수많은 알력이다. 이런 갈림길은 감독의 재임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나온다. 위기가 왔을 때 서로를 인정하고 화합해 같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남남으로 갈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지만 감독은 누구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없다. 위로를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누구도 그 속내를 모르기에 더욱 고독하다. 게다가 자신 때문에 가족도 고통을 받아야 한다. 팀이 지면 감독의 가족은 동시에 죄인이 된다. 올바른 가정생활이 어렵다. 나와 가족이 모두 힘들어지는 자리가 감독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들은 감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평생을 즐길 부를 모았는데 힘들게 감독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화 김응룡 감독도 “먹고 살 것이 충분하다면 왜 감독을 하겠냐”고 했다. 야구 감독으로서는 가장 복 받았다고 하는 베테랑의 입에서조차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감독은 힘든 자리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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