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롯데 히메네스의 3가지 매력

입력 2014-04-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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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순한 맛 호세’ ‘롯데의 오티스’로 불리며 롯데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히메네스는 장타력과 선구안을 모두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팀 융화력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 파워 2. 선구안 3. 파이팅

5홈런·7할대 장타율 …끝내기 안타만 2번
시프트 수비마저 무력화하는 타격 감각도
덕아웃선 장난쳐도 실전선 누구보다 진지

‘순한 맛 호세’ ‘부산 오티스’…인기 독차지


‘순한 맛 호세’, ‘부산 오티스’….

정작 롯데에서는 “4월 한 달만 봐선 모른다”고 애써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로또에 비견되는 용병 뽑기에서 투수에 이어 타자에서도 1등에 당첨된 기분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 히메네스(32). 사직구장 응원석에 베네수엘라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펠릭스 호세,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에 이어 ‘부산에 재림한 3번째 흑인 영웅’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28일까지 타율 0.418 5홈런 장타율 0.745 출루율 0.515 16타점의 가공할 성적을 내고 있다. 끝내기 안타만 2번이나 쳐냈다. 보스턴의 ‘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스에 뒤지지 않을 클러치 능력이다. 가히 롯데의 2014시즌 최고 히트상품이라 할만하다.


● 롯데 유니폼은 ‘운명’

사실 롯데는 히메네스가 No.1 옵션이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스카우트 리스트에 들어있었을 뿐이다. 타자용병이 부활한 뒤에도 롯데는 우선적으로 루벤 리베라 등 메이저리거 출신을 원했다. 처음엔 히메네스의 연락처도 몰랐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해 6월에 호세가 롯데의 프로모션 차 사직구장을 찾은 데서 시작됐다. 미국통인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이 호세를 통해 삼성에서 뛰었던 전직 메이저리거 훌리오 프랑코의 연락처를 구한 것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둘은 연락처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마침 프랑코는 베네수엘라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부장은 프랑코에게 ‘쓸만한 용병’을 물었는데 바로 돌아온 대답이 히메네스였다. 프랑코의 안목을 믿은 이 부장은 이때부터 히메네스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롯데는 리베라를 우선시했지만 먼 이국행에 난색을 표하자 대안이 사라진 롯데는 히메네스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한국행을 꺼려했다’는 소문과 달리 히메네스는 처음부터 롯데행을 간절히 원했고, 제의가 오자 바로 승낙했다.


● ‘힘’과 ‘눈’ 그리고 ‘입’을 갖춘 용병 리더

이 부장은 영입 단계부터 히메네스의 삼진:볼넷 비율을 눈여겨봤다. 한국에서 통하려면 선구안이 필수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127kg의 덩치에서 드러나듯 파워는 보증된 것이었다. 그러나 롯데 안에서조차 회의가 없진 않았다. ‘공갈포’라는 우려도 있었고,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것이 거의 없는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다. 심지어 시즌 개막 직전에 햄스트링을 다쳐 개막전에 나가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 등 롯데 트레이닝 팀의 헌신적 치료와 최대한 복귀시점을 늦춰준 김시진 감독의 인내는 데뷔전인 4월10일 사직 LG전 연장 끝내기 홈런으로 보답을 받았다. 이후 거칠 것이 없다. 15경기에서 23안타를 쏟아낸 동안 볼넷이 11개인데 비해 삼진은 9개뿐이다. 롯데를 연패 위기에서 구해낸 26일 사직 SK전 9회말 2사 만루에선 SK 좌완 마무리 박희수의 바깥쪽 공을 밀어 쳐 끝내기 역전타를 뽑아냈다.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히메네스 시프트’를 무력화시키는 밀어치기 타법이었다. 이 부장은 “히메네스는 마음만 먹으면 타구를 좌측으로 보낼 수 있는 타자”라고 말했다.

히메네스의 또 하나의 가치는 덕아웃 분위기를 늘 밝게 해주는 라틴 선수 특유의 쾌활함이다. 평소 쉴 새 없이 떠들고 장난쳐도, 훈련과 실전에선 누구보다 진지하다. 히메네스는 “롯데는 내 야구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팀”이라고 말한다. 일본 니혼햄 시절의 냉대와 다른 따뜻함을 롯데에서 느낀 것이고 그것이 야구할 흥을 불러일으켰다. 이 와중에 히메네스가 ‘향수병 대비용’으로 데려온 개인 트레이너는 정작 자기가 향수병에 걸려 베네수엘라로 떠났다. ‘히메네스’를 무한 반복하는 히메네스 응원가는 벌써 히트송으로 떴다. 지금 롯데는 히메네스의 팀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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