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의 성지 ‘잘 가, 동대문운동장’

입력 2014-07-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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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부터 7월 13일까지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선 전시회 ‘잘 가, 동대문운동장’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에선 ‘한국 스포츠의 성지’ 동대문운동장의 80년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1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서 전시회

“공 구경을 하려고 십리만큼 떨어져 있는 광희문 성 위에 모여서서 내려다보는 사람도 수백 명이었다. 활동사진에 나오는 야구나 보려고 나온 모양이다.”

“여선수 ‘캔쓰’ 양은 왼손잽이-여자가 왼잡이면 팔자가 세다드니 옳은 말인 게야! 무거운 엉덩이를 가지고도 달음질을 해야만 되니….”

이상은 1925년 11월 25일 미국여자야구단-서울팀 경기에 대한 동아일보 기사 중 일부다. 당시에도 스포츠는 지금처럼 재밌는 구경거리로 기능했다. 반면 여성의 체육활동, 왼손잡이 선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현재와 달랐음을 엿볼 수 있다. 이 경기가 열린 장소는 1925년 개장한 경성운동장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 한진금(31) 학예사는 “구한말만 하더라도 ‘뜀박질은 종놈들의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에서 근대적 스포츠의 개념이 발전한 과정의 중심에 동대문운동장(경성운동장)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동대문운동장은 경성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됐다가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문패를 바꾸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1970년대 고교야구와 국가대항 축구경기의 열기와 더불어 한국 스포츠의 성지가 됐다.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도 이곳에서 열렸다. 1984년 잠실주경기장 개장 이후에는 동대문운동장으로 불리며 아마추어의 산실로 기능했다. 박지성, 추신수, 류현진 등 스타들이 모두 이곳에서 땀을 흘리며 꿈을 키웠다. 그러나 점차 쇠락의 길을 걷다가 2008년 완전히 철거되며 폐장했다.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지자 체육계에선 한국 스포츠 유산의 손실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5월 30일부터 7월 13일까지 ‘잘 가, 동대문운동장’을 통해 동대문운동장의 80여년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고(故) 최동원의 땀이 스민 유니폼, 아들 차범근의 경기 중계방송을 듣기 위해 차범근의 부친이 사용했던 라디오 등 귀한 자료들이 공개된다. 일제강점기 경성운동장 시절 활약한 손기정(마라톤), 서정권(복싱)을 비롯해 서울운동장 시절 고교야구를 뜨겁게 달군 박노준, 김건우 등도 각종 영상과 소장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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