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번트의 달인 박한이 “날 태워 촛불이 되리”

입력 2014-07-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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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베테랑타자 박한이는 화려하진 않지만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선두 삼성의 숨은 공신이다. 리그 희생번트 1위에서 나타나듯이 희생과 헌신, 꾸준함의 대명사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박한이

희생번트 20개로 9개 구단 전체 1위
22일 롯데전서는 3연타석 희생번트

올 시즌 희생번트 1위를 달리는 선수는 누구일까. ‘번티스트(번트+아티스트)’라는 별명의 소유자인 SK 조동화도, ‘번트신공’으로 내야안타의 고수가 된 두산 정수빈도, “번트는 자신있다”고 외치는 LG 최경철도 아니다. 바로 그 주인공은 삼성 박한이(35)다. 24일까지 희생번트 20개로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팀의 선두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 하루에 희생번트 3개도…이젠 번트의 달인

삼성 류중일 감독은 22일 사직 롯데전에 박한이를 2번으로 기용했다. 상대 선발투수는 좌완 쉐인 유먼. 류 감독은 1회와 3회, 5회 박한이 타석에서 모두 희생번트 사인을 냈고, 박한이는 이를 모두 성공해 팀의 5-3 승리에 밀알이 됐다.

박한이는 “프로 입단(2001년) 후 3연타석 희생번트는 처음이었다”며 웃더니 “솔직히 유먼한테는 자신이 있어서 번트보다는 치고 싶었다. 그러나 벤치에서 번트 사인이 나오면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하는 게 선수의 임무다”고 듬직하게 말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류 감독은 “박한이가 좌타자지만 유먼을 상대로 올해 2타수 2안타로 잘 쳤다. 그렇지만 야구란 게 어제 쳤다고 해서 오늘 잘 치란 법은 없다. 경기 흐름상 1점이 필요한 상황이이서 박한이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던 것이다. 박한이는 우리 팀에서 번트를 가장 잘 댄다. 희생번트 작전을 가장 잘 수행하는 선수다”며 고마워했다.


● 삼성 선두질주 길을 밝히는 촛불처럼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박한이는 어느새 타율을 3할대로 끌어올렸다. 24일까지 296타수 91안타로 0.307을 기록했다. 아울러 양준혁(16년 연속)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가치는 안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팀에서 필요한 일이면 뭐든지 해내는 숨은 일꾼이다. 22일 롯데전에서 2번으로 나서 희생번트 3개를 성공했지만, 다음날인 23일 롯데전에서는 류 감독이 말하는 ‘폭탄 타순’ 6번으로 나서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의 폭탄을 터뜨리며 팀의 15-12 승리를 뒷받침했다. 24일에도 6번타순에서 2타점을 올렸다. 올해만 해도 4번타자를 제외하고 1번∼7번타자까지 모두 나섰다. 류 감독은 경기에 따라, 상대투수에 따라 어떤 타순에서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박한이가 있기에 타순을 변경할 때도 고민이 한결 줄어든다.

젊을 때 한때는 최다안타왕(2003년 170안타)에 오르기도 했던 그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은 ‘희생번트의 달인’으로 자리 잡았다. 박한이는 “희생번트는 말 그대로 내가 희생을 한 것 아니냐. 솔직히 팀이 득점을 하지 못하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득점에 성공하면 그 희생이 보람 있다”며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박한이는 자신을 희생해 삼성의 선두질주 길을 은은하게 밝혀주고 있다. 선산의 굽은 소나무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박한이가 있기에 삼성의 시스템 야구는 톱니바퀴처럼 완성되고 있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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