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태양. 스포츠동아DB
“태양아 우리 강아지처럼 그라운드에서 즐겁게 뛰어 놀자.” 최근 한화 정민철 투수 코치가 팀의 영건 이태양(24)에게 한 말이다.
투수와 강아지, 쉽게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단어다. 그러나 속내는 깊었다. 정 코치는 27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최근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내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웃었다. 그리고 “솔직히 시즌 초 마운드 부진은 다 내 잘못이다. 마운드에서 더 집중하면서 편안하게 던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다. 최근 투수들에게 ‘우리가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타자를 이기기 위해서다. 그것만 생각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 기술적인 조언이나 질책은 최소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코치나 타격코치가 시즌 중에 기술적인 교정에 많이 나서는 팀일수록 약팀이 많다. 프로리그이기 때문에 극심한 슬럼프나 스스로 폼이 망가져가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모든 준비를 스프링캠프에서 끝내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 정 코치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도 그래서 더 심리적인 측면이다.
이태양은 한화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5월 들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6월에만 3승을 거뒀다. 그러나 7월에 주춤 했다. 9일 넥센전에서는 3.2이닝 동안 9실점(8자책)을 하기도 했다. 정 코치가 선택한 해결책은 부담감을 이길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이었다. 그래서 친근한 이미지의 강아지를 떠올려 즐거운 분위기에서 농담을 했다.
정 코치는 “태양이에게 농담을 섞어 ‘강아지처럼 하자’고 말했다. 강아지는 열심히 밥 먹고 신나게 산책하고 잠도 잘 잔다. 쓸 때 없이 ‘내일 뭐하지?’ ‘꼬리를 어떻게 흔들까?’ 그런 고민 안한다.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더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씩씩하게 공을 던지자는 의미에서 말을 했다”고 말했다. 딱딱하고 무서운 코칭이 아닌 마음 깊숙이 다가가 함께 고민한 조언이었다.
대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