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부모님 뒷바라지 없이는 골프 못 했다”

입력 2014-08-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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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투어 시즌 2승을 달성한 이보미(뒷줄 가운데 빨간 옷)가 1일 강원도 홍천에서 프로골퍼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개최한 ‘제2회 이보미 프로배 학생골프대회’에 참석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출처|이보미 팬카페

■ 프로골퍼 이보미의 특별한 귀국일기

‘암 투병’ 아버지, 딸 이름 딴 대회 애착
이보미, JLPGA 휴식기에 귀국해 참석
“어린 학생들 보며 마음가짐 새로 다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센추리21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시즌 2승을 차지했던 이보미(26·코카콜라)가 지난달 30일 일시 귀국해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이보미는 1일 오전 일찍 강원도 홍천골프장을 찾아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날은 이보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최하는 ‘이보미 프로배 학생골프대회’의 마지막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강원도 인제 출신의 이보미는 골프를 배우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지난해부터 인제군골프협회와 함께 강원도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보미의 부친 이석주(56) 씨는 4월 암 판정을 받고 현재 강원도 강릉에 머물며 치료 중이다. 이보미는 물론 가족 모두 실의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대회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럼에도 대회가 취소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었던 데는 아버지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이보미는 “솔직히 대회를 개최할 정신이 없었지만, 아빠가 ‘후배들과의 약속인 만큼 꼭 지켜야 한다. 바쁘더라도 대회를 꼭 개최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다행히 8월 첫 주 JLPGA 투어가 휴식기를 맞았고, 우승까지 해 좋은 분위기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름만 내걸고 대충 하지도 않았다. 입상자들에게 전달할 장학금은 물론 상품까지도 이보미가 직접 준비했다. 이번에는 상품으로 줄 골프클럽과 골프백 등을 일본에서 직접 구입해오는 열성도 보였다.

대회는 성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기업의 후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협회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출전 선수 대부분은 강원도에서 활동 중인 학생들이었다. 골프를 배운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초등학생도, 프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이보미 역시 어린 시절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골프를 배웠다. 연습하기 위해선 멀리 속초까지 가야 했고, 골프장도 많지 않아 제대로 된 연습을 하지도 못했다. 어렵게 골프를 배우면서도 고교 시절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프로가 돼서는 KL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7승을 기록했다. 지금처럼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품었던 꿈과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보미는 “어린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옛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 역시 강원도에서 힘들게 골프를 배웠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큰 힘은 아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 동안 후배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이보미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는 골프만 잘 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로가 되고나서 뒤를 돌아보니 부모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 대회를 열게 됐지만, 그들을 보면서 나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미는 5일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8일부터 열리는 메이지컵에서 시즌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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