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AG대표팀 합류 불발, 레버쿠젠 7경기 공백 때문에…

입력 2014-08-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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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스포츠동아DB

■ 손흥민 AG대표팀 합류 불발 왜?

20일 이상 핵심선수 차출은 팀전력 타격
“FIFA 소집 규정 없다” 재요청까지 거부


12일 오후 8시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2014인천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20명) 선정을 위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 이광종 감독의 논의가 모두 끝났다. 그런데 이날 자정 무렵 달갑지 않은 소식이 도착했다. 레버쿠젠(독일)으로부터 “손흥민(22·사진)을 아시안게임에 보내줄 수 없다”는 공문이 온 것이다. 비상이 걸렸다. 축구협회는 레버쿠젠에 “최소한 16강 토너먼트부터는 합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당초 이 감독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기로 한 최종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19명만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물론 남은 한 자리는 손흥민의 몫.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명단을 제출할 15일까지 기다린 뒤 결정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레버쿠젠은 13일 오전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대표 소집 규정에 없어 손흥민을 보낼 수 없다”는 최종 회신을 전해왔다. 결국 13일 오전 10시20분 무렵, 축구협회는 포기 선언을 했다. 긴 기다림에 비해 지극히 짧았던 10시간여만의 최종 결론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낙관론이 우세했다. 애초 부정적 입장이었던 레버쿠젠은 최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과의 방한 친선경기를 계기로 긍정적 기류로 돌아선 듯했다. 당시 축구협회 수뇌부는 레버쿠젠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서신을 전달하면서 아시안게임의 핵심인 ‘병역면제 혜택’을 설명하며 설득작업을 펼쳤다. 손흥민도 ‘구단 허락’이란 단서 하에 강력한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보수적인 독일 클럽에서 융통성을 기대할 순 없었다. 축구협회에 ‘차출 불가’를 알리는 최종 서신을 보낸 시점에 맞춰 빌트, 키커 등 주요 독일 매체들은 “안타깝지만 FIFA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대회에 주요 선수를 긴 기간(20일 이상) 내줄 수 없다”는 레버쿠젠 로저 슈미트 감독과 미하엘 샤데 회장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만큼 현실의 벽은 높았다.

레버쿠젠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병역면제=이적료 실익’이란 등식에 공감했겠지만, ‘당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 기간 중 레버쿠젠은 2014∼2015시즌 분데스리가 5경기를 치러야 한다. 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20·29일·덴마크 FC코펜하겐)를 통과할 경우, 본선 조별리그 2경기(1차전 9월 16∼17일·2차전 9월 30일∼10월 1일)도 잡혀있다.

유럽축구 사정에 정통한 에이전트들은 “팀 내 핵심의 공백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한데다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손해는 더 커진다”며 “병역 혜택에 따라 추후 기대할 수 있는 이적료 실익도 레버쿠젠에게는 먼 미래의 일이다. 더욱이 금메달을 못 따면 그로 인한 선수의 심리적 충격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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