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이 소속팀 레버쿠젠의 반대로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손흥민의 합류 불발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은 전력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손흥민과 레버쿠젠은 7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방한 친선경기를 펼친 바 있다. 스포츠동아DB
레버쿠젠, 축구협 ‘16강 이후 합류’ 재요청도 거부
이 감독, 손흥민 대체 와일드카드 이명주 등 고려
28년 만의 AG 우승 먹구름…오늘 최종 엔트리 발표
손흥민(22·레버쿠젠)의 2014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끝내 불발됐다.
대한축구협회 안기헌 전무는 13일 “레버쿠젠에서 전날(12일) 밤 ‘손흥민을 보내줄 수 없어 유감이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와 기술위원회와 아시안게임대표팀 이광종 감독의 협의 후 ‘대회 조별리그가 아닌, 16강 이후부터라도 합류시켜달라’고 재요청했다”며 “그러나 레버쿠젠이 오늘 아침 ‘국제축구연맹(FIFA) 대표 소집 규정에 없어 응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다시 전해왔다”고 밝혔다. 결국 축구협회는 손흥민의 아시안게임대표팀 제외를 공식화했다. 이 감독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손흥민을 뺀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20명)를 발표한다. 대회 조직위원회에는 15일까지 최종엔트리를 제출해야 한다. 조별리그 첫 경기 24시간 전까지 명단 교체가 가능하지만, 반드시 의료진단서가 첨부된 ‘부상’ 사유가 있어야 한다.
● 원점으로 돌아간 엔트리 논의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는 12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술위원회를 거쳐 윤곽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이 빠지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복수의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원점에서 새롭게 구상해야 했다”고 밝혔다.
3장의 와일드카드(23세 이상)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당초 이광종 감독은 공격력 보강을 위해 김신욱(26), 문전 안정 차원에서 골키퍼 김승규(24·이상 울산현대)를 선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은 한 자리는 공격과 수비에 두루 능한 이명주(24·알 아인)가 유력했다. 중앙 미드필더 신형민(28·전북현대)도 후보군에 있었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손흥민 합류’를 근간으로 최종엔트리를 구상해왔다.
그러나 레버쿠젠발 돌발상황으로 인해 손흥민의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을 채우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물론 이명주에게 손흥민의 자리를 맡기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또 다른 자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엔트리의 연쇄 변경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 감독은 이에 예비엔트리 전원(30명)을 대상에 올려놓고 하나하나 다시 추려나갔다.
● 비상 걸린 한국축구, 불편한 손흥민
한국축구 전체로나, 손흥민 개인적으로나 손해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 꼭 필요했다. 1986년 서울대회 이후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등극을 노리는 한국축구에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손흥민은 일찌감치 핵심이었다. 유럽에서도 ‘대세’가 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출전해온 그는 성인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뛰고 있어 아시아권 또래 선수 중에선 단연 ‘톱 클래스’였다. 이광종 감독도 오래 전부터 손흥민의 발탁을 시사해왔고, 레버쿠젠이 최종 통보를 하기 전까지도 “(손흥민을 고려해) 먼저 19명 명단만 발표한 뒤 (최종엔트리를 제출할) 15일까지 기다리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손흥민 본인에게도 타격이 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남자운동선수들에게 ‘군면제 혜택’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축구가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2012런던올림픽에 나서지 못해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다. 아직 나이가 어린만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차기 아시안게임 출전 등을 모색할 수 있으나, 병역법 변경 소지도 있어 걱정이 커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