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강은 포기할 수 없다. 롯데 황재균이 8월 31일 잠실 LG전에서 9회초 좌월 솔로홈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황재균은 이날 홈런포 2방(시즌 10호, 11호)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는 4위 LG에 3게임차로 따라붙게 됐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LG전 10·11호포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전날 패배 설욕…롯데, LG에 3게임차 추격
시즌 128경기 중 팀에게 중요하지 않은 게임은 없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꼭 이겨야 하는, 만약 진다면 1패가 10패만큼 아픈 날은 있다. 롯데에게 31일 잠실 LG전이 그랬다. 치열한 중위권 혈투 중에서도 4위를 지켰던 롯데는 LG, 두산에게 연이어 추격을 허용했다.
이틀 연속 이기면 다시 4위를 바라 볼 수 있지만 이틀 연속 패배를 당하면 자칫 8위까지 밀려날 수 있는 큰 위기이자 갈림길. 하루하루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결승전과도 같았다. 특히 롯데는 전날 허망한 1점차 패배를 당했고 주축 선수 강민호가 홧김에 물병을 집어 던지는 사고까지 치면서 팀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만큼 롯데 입장에서는 페넌트레이스 전체에서 손에 꼽을 만큼 중요하고 큰 경기였다.
어느 때보다 승리에 대한 염원이 강한 순간, 롯데에는 황재균이 있었다. 0-0으로 맞선 3회초 2사, 황재균은 LG 선발 신정락이 볼카운트 1B-2S에서 던진 시속 120km 느린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몰리자 매섭게 배트를 휘둘렀다. 공은 왼쪽 담장을 그대로 넘기는 2점 결승홈런이 됐다.
황재균이 2점홈런을 치는 순간 잠실 3루 쪽 관중석을 가득 채운 롯데 팬들은 환호했고 덕아웃도 단숨에 환하게 밝아졌다.
홈런으로 기분 좋은 선취점을 올린 황재균은 수비에서도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2회말 1사 1루서 깊숙한 타구를 잡아 2루∼1루로 연결되는 병살플레이를 성공시켰다. 3회말 1사에서는 3루수와 유격수를 사이를 가르는 강한 타구를 잡아 아웃시키는 ‘그물 수비’를 펼쳤다.
5-2로 앞서고 있던 9회초 1사, 황재균은 또다시 승리의 축포를 날렸다. 정찬헌을 상대로 좌월 1점홈런을 하늘로 쏘며 자신이 홈런으로 만든 선취점에 이어 다시 홈런으로 승리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2011년 6월 3일 이후 1185일 만에 기록한 한 경기 멀티홈런이었다.
이날 시즌 10, 11호 홈런을 연이어 때린 황재균은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3번째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뿌듯한 기록도 함께 세웠다. 그동안 황재균은 2009년 넥센에서 18개의 홈런, 롯데 이적 후 2011년 12개의 홈런을 날렸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황재균이 지난달 말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이 확정된 후 더 안정된 수비와 활발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큰 부담감에 위축되지 않고 스스로 국가대표의 자격을 입증하고 있다. 팀의 4강 탈락 위기에 처한 최근 6경기에서 5차례나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 황재균=“LG는 4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대인데 지난번 경기(23∼24일)에서 팀에 너무 민폐를 끼쳤었다. 어제(30일)도 아쉽게 패해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다. 1번을 치면서 사실 홈런은 마음속에서 완전히 버렸는데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 아직 20경기 이상이 남아있다. 모든 동료들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팀이 꼭 포스트시즌에 진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