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의 독재자’ 류혜영 “6년 만에 만난 이해준 감독, 로또 맞은 기분”

입력 2014-11-08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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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눈밭에 홀로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사람은 그대로 절경을 느끼며 연신 감탄한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의 발자국이 눈밭을 망칠까 두려워 걸음을 떼지 못한다.

이 눈밭에 류혜영(23)이 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뛰어갈 것이다. 때로는 지그재그로 가더라도 방향만은 올곧게 가는 것. 바로 배우 류혜영이 걸어가는 방식이다.

류혜영의 발걸음이 ‘나의 독재자’를 통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 태식(박해일)을 연모하는 여정을 연기했다.

‘나의 독재자’는 첫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영화.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 성근(설경구)과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인 아들 태식(박해일)의 이야기를 그렸다. 류혜영은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통통 튀는 매력으로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스크린 밖 류혜영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찬바람 불던 어느 가을날 그를 만났다.


Q. ‘나의 독재자’ 덕분에 요즘 바쁘겠다. 인기를 실감하는가.

A. 부쩍 많아진 인터뷰와 무대 인사를 통해 조금씩 느끼고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마냥 재밌다.


Q. 전작 ‘잉투기’의 영자만큼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A.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생각날 정도로 인상 깊은 인물을 맡아서 영광이다. ‘나의 독재자’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여정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시나리오에 여정의 사랑스러움이 잘 묻어나더라. 영화에 꼭 필요한 따뜻한 인물이더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Q. 어떻게 여정을 알게 됐나.

A. 6년 전 ‘김씨 표류기’의 포스터 추가 촬영 때 이해준 감독과 처음 만났다. 당시 내가 정려원 선배의 대역으로 몽타주 컷 촬영에 임했다. 그 이후로 감독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얼굴도 잊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잉투기’를 보고 나를 알아봤다더라. ‘김씨표류기’의 스크립터를 했던 분이 내 데뷔작 ‘여고생이다’의 감독님인데 그 분을 통해서 ‘나의 독재자’를 접했다.


Q. 소식을 들었을 때 미국에 있었다고 하던데.

A. 그때 나는 유학 차 미국 LA에 있었다. ‘나의 독재자’를 촬영한다는 얘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었는데 여정이 욕심났다. 내가 ‘화상통화라도 좋으니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요청했다. 스카이프로 이해준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웃음이 막 나더라. 미국에서 노는 신인인데 오디션에 와서 뽑아달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영상통화라니... 허락해준 감독님에게 신뢰가 엄청 가더라. ‘무조건 이해준 감독님과 작품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Q. 유학은 어떠한 계기로 가게 됐나.

A. 나는 호기심이 많아서 항상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연초에 영어 공부도 하고 새로운 문화도 체험할 겸 LA로 갔다. 돌아오는 티켓도 사지 않았다. 적어도 1년은 머물 계획이었는데 1달 만에 감독님과 화상 미팅을 한 거다. 캐스팅이 되면서 결국 떠난 지 한달 반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감독님이 기회를 던져주신 것 같다. 로또 맞은 기분이랄까?



Q. 설경구 박해일은 캐스팅이 완료된 상황. 촬영을 앞두고 기분이 어땠나.

A. 믿기지 않았다. 특히 박해일 선배와는 연기도 모자라 극 중 애정 관계라니. 만나기 직전까지 굉장히 떨렸다. 그런데 같이 연기하면서 ‘팬심을 버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는 팬과 스타의 관계가 아니라 배우와 배우의 관계니까. 선배들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면서 허물없이 대해줬다. 촬영할 때는 형처럼 대했는데 끝나고 나는 다시 팬으로 돌아왔다. 요새 선배들을 만나면 나 혼자 발그레해진다.


Q. 박해일의 동안 덕분인가? 두 사람이 실제로는 14살 차이가 나는데 위화감이 없더라.

A. 연기할 때 박해일 선배와의 나이 차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태식과 여정의 나이를 알려주지 않았던 게 도움이 됐다. 여정은 나이 상관없이 태식을 좋아하고 따라다니는 아이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아저씨라 몰입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


Q. 여정처럼 한 대상에 빠져본 적이 있나.

A. 관심 있는 것에는 빠지고 싶어 하는 편이다. 계속 알아보고 싶은 욕망?


Q. 그 대상이 남자일 때도 있었나.

A. 이성 관계에 있어서 상대에게 푹 빠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나는 어느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못 보는 것 같다. 나와 내 일이 중요한데 연애를 하면 일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다. 그 때 감정이 정말 좋으면 친구든 누구든 ‘너랑 있어서 좋다’고 표현하곤 한다.



Q.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것 같다. 꼭 하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A. 죽기 전에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판타지 영화를 찍고 싶다. 그런 작품이 가능한 곳으로 가야 하니까 영어공부도 계속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스칼렛 요한슨과 제니퍼 로렌스를 정말 좋아한다. 두 여배우와 내가 한 장면에 담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그럴 기회가 온다면 꼭 잡고 싶다.


Q, 국내에서 좋아하는 배우는?

A.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번에 ‘나의 독재자’를 하면서 설경구 선배가 롤모델이자 이상형이 됐다. 따뜻한 면모와 순수한 매력이 엄청난 분이더라. 설경구 선배처럼 연기하면서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인터뷰에서 설경구 선배가 ‘나를 이상형으로 지목하는 여배우가 없다’고 말한 것을 봤다. 거기에 ‘선배 저 있는데요?’라고 댓글 달고 싶더라.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다.


Q.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는 꿈이 멋지다. 서른 즈음에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A. 꿈이 아니라 계획이라고 해 달라.(웃음) 꾸준히 그리고 끊임없이 연기하고 있는 배우일 것이다. 뭐든 처음이 중요한 것 같은데 ‘나의 독재자’가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나의 독재자’ 덕분에 영화의 첫인상을 좋게 가지고 시작했다. 이후에도 늘 ‘영화는 행복하고 촬영은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에서 내가 어떤 역을 할지 궁금한가? 나도 정말 기대된다.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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