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반전 카운트다운

입력 2014-11-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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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케빈 속전속결 영입 “시즌 포기 없다”
이번시즌 6라운드…경기일정도 유리
“삼성화재처럼 꼴찌서 우승기적 재현”

1라운드 2승4패 승점7로 5위. 24일 현재 3승7패 승점10으로 여전히 5위. 최근 3연패. NH농협 2014∼2015 V리그 2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이 받아든 성적표다. V리그 11시즌 동안 한 번도 ‘봄 배구’에 빠진 적이 없었고 삼성화재와 빅2를 형성하던 현대캐피탈이 요즘 흔들리고 있다.

라이벌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조차 “현대캐피탈이 잘 해야 배구팬의 관심이 커진다”면서 분발을 얘기할 정도다. 김호철 감독은 “스타트가 힘든 상황이다. 아가메즈의 부상 공백을 나머지 선수들이 잘 메워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새로운 외국인선수가 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팀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교체를 계기로 팀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연 현대캐피탈은 살아날 수 있을까.


● 현대캐피탈이 기억해야 할 2010∼2011시즌 삼성화재의 기적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기적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0∼2011시즌 삼성화재는 초반 부진했다. 신치용 감독이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끄느라 팀을 비운 사정도 있었지만 윙 리시버 석진욱이 준결승전에서 부상당해 수비에 큰 구멍이 뚫렸다. 1라운드 2승4패를 기록했고 2라운드는 더 못했다. 1승5패였다. 3승9패 승점10으로 리그 최하위. 약체였던 상무 신협에게도 2패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2라운드 마지막 LIG손해보험과의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하고 용인 숙소로 돌아왔던 그날 밤, 삼성화재는 반격의 계기를 만들었다. 감독은 선수단과 밤새도록 술판을 벌였다. 그리고 새벽에 모든 선수들을 눈밭에 집합시켰다. 한겨울 매운바람을 맞으며 감독은 선수들을 굴렸다. “시즌포기는 없다. 지금부터 치고 나간다. 반드시 우승한다”고 했다.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시즌 포기의 생각을 뿌리 채 뽑아냈다. 결국 그 말대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삼성화재는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신 감독은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했다.


● 2014∼2015시즌 현대캐피탈에게 필요한 것은?

현대캐피탈 구단이 발 빠르게 새로운 외국인선수 케빈을 영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시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다. 안남수 단장은 24일 케빈과 함께 귀국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국배구연맹(KOVO)에 계약서를 제출했다. 국제이적동의서 발급 절차를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다. 케빈은 같은 시간 메디컬 체크를 받았다. 메디컬 체크 이후 계약을 해야 하지만 위기상황이라 동시에 진행했다. 이적서류가 완료되면 즉시 취업비자를 받으러 움직인다. 케빈은 현대캐피탈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면서 출전준비를 시작한다. 우선은 가장 단순한 배구로 경기를 해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바로 선수들의 마음속에 싹틀지도 모르는 시즌 포기의 생각을 지워버리기 위해서다.


● 경기일정도 제도도 현대캐피탈에게 불리하지 않다

현대캐피탈에게 주변상황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이번 시즌이 6라운드로 늘어난 것도 현대캐피탈에게는 천만다행이다. 36경기 가운데 이제 10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2010∼2011시즌 30경기 가운데 3승9패에서 재기하기 시작했다. 그에 비하면 훨씬 양호하다. 준플레이오프 제도도 있다. 김호철 감독도 이런 점을 고려한 듯 “리그 우승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플레이오프에 가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또 선두 OK저축은행과 2위 삼성화재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혼전 상황이다. 서로 물고 물리면 현대캐피탈에게는 유리해진다. V리그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을 보유한 현대캐피탈의 반전은 이제부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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