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5위 PS, 4위에게 1승 거저 준다고?”

입력 2014-12-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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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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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와일드카드’ 방식이 불순한 이유

‘1.5경기 이내 승차’ 기존안 기준 없애고
승차 상관없이 4위에게 1승 먼저 주기로
4강 가치 훼손·기형적 어드밴티지 논란
“돈의 논리 휘둘린 KBO, PS 망칠지도…”

“이게 뭐하는 겁니까? (내년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 4위 팀에게 1승을 먼저 주다니요. 프로들의 승부는 정정당당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거 누구를 위한 겁니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9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포스트시즌 경기방식 변경과 양해영 현 사무총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5시즌엔 5위 팀도 포스트시즌에 나간다. 즉 4-5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다는 얘기인데 3전2선승제에서 4위 팀에게 무조건 1승을 먼저 주기로 정했다. 따라서 4위 팀은 1무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준PO)에 오른다. 당초 7월 이사회에서 4-5위 와일드카드는 4위와 5위간 승차가 1.5경기 이내에서만 열리기로 했었다. 그런데 승차를 없애버리고, 4위에게 1승을 먼저 줘버리기로 바꿨다. “시즌 막판 순위 조작을 방지하고, 준PO에서 3위에게 메리트를 주기 위해서”라고 KBO 고위 인사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어쩌다 이사회와 KBO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 ‘순수성’을 따져보면 미심쩍은 구석이 한 두 개가 아니다.


● 이사회의 이상한 결정

5위가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안을 두고 각 구단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9일 이사회에서도 삼성이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등, 의견통일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O가 와일드카드를 신설하도록 분위기를 주도했고, 4강이 불투명한 대다수 구단 사장들이 동조했다.

이에 대해 A구단 관계자는 “그럼 4위와 5위의 승차가 8경기라도 열려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사회는 4강의 가치를 너무 쉽게 훼손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B구단 인사는 “10팀 중 5팀이면 ‘너 아니면 나’, 50% 확률이다. 정말 힘들게 1위부터 4위까지 해낸 팀들의 가치가 반감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프로 승부의 세계에서 홈 어드밴티지 등 경기 환경이 아닌 승패의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야 ‘면피’가 되고, 자리보전을 할 수 있다는 구단 간부들의 보신주의가 기형적 제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자기들이 만들고도 떳떳하지 못하니 ‘4위 팀은 무조건 1승’이라는 기형적 발상을 고뇌의 산물인 양 내놓았다.


● KBO는 왜 편승하나?

가뜩이나 구단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KBO는 ‘돈의 논리’ 앞에 또 한번 무기력함을 여실히 노출했다. 야구계 인사는 “KBO는 포스트시즌 1∼2경기가 더 열리면 수익이 더 늘어나 좋아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전체가 지루해지는 걱정은 안하는 것 같다. (6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프로농구를 보면 잘 알지 않나?”고 꼬집었다.

5위까지 가을야구를 하는 ‘훈장’을 남발하며 가뜩이나 ‘돈이면 다 된다’는 야구계의 풍조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0억원 FA 선수를 사들이면 5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으로 부자구단들이 달려들면 미친 몸값은 잡을 길이 없다. ‘선수 몸값 때문에 죽겠다’면서 정작 자기 자리 건사하려는 이사회의 기회주의적 결정이 포스트시즌의 순수성마저 훼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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