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구단이 골칫덩어리에 머물지 않고 당당히 K리그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프로구단다운 경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수익구조 다각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내년 시즌 클래식(1부리그) 승격이 확정된 대전 선수단이 11월 8일 한밭운동장에서 열린 챌린지(2부리그) 우승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1. 비전을 살려라!
2. 인사가 만사다!
3. 경영 마인드를 갖춰라!
4. 구단-지자체-단체장 ‘삼위일체’가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일대 변화를 맞이했다. 프로축구단 창단 붐이 일었다. 대기업 등 든든한 모기업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시민공모주를 통해 탄생한 도시민구단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10년간 도시민구단의 수는 10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출발 탓인지 여전히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구단은 빚에 허덕이면서 선수단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남도가 경남FC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구단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존폐의 기로에 선 도시민구단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도시민구단을 낱낱이 해부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자치단체장 앞세운 지역기업 스폰서 공략 한계
‘최대한 벌어서 쓰자’ 경영자 마인드 변화 필요
수익원 확대·수익구조 다변화 노력만이 살 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A매치는 종종 보는데, K리그는 좀….” K리그 A도시민구단의 마케팅 책임자 B가 최근 가장 많이 접했던 이야기다. 그는 내년 시즌 스폰서를 잡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지만, 소득은 ‘제로(0)’였다. 아직까지 스폰서 계약을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미팅 내내 기업과 구단, 양측의 논리는 평행선을 달렸다. 기업 담당자 C는 “K리그 인기가 좋지 않아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B는 “스폰서 수입으로 좀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그 덕분에 관중도 늘어나면 자연히 인기가 높아진다. 결국 돈이 돌고 도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논리로 맞섰지만, C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지루하고 답도 없는 대화였다.
가슴 아프지만 이것이 K리그의 냉혹한 현실이다. 기업구단들도 모기업 계열사 또는 연관 기업이 아니면 제대로 된 스폰서 계약을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상황이 이럴진대 태생부터 다른 도시민구단들의 형편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 허술한 경영 마인드
그래도 A구단의 노력은 정말 인정할 만하다. 단순히 ‘돈을 쓰는’ 구조가 아닌, ‘돈을 버는’ 구조로의 변화를 조금씩이나마 추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도시민구단들은 주어진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 결과 파생되는 문제는 발전의 정체다. “최대한 벌어서 쓰자”가 아닌, “최대한 아껴서 쓰자”는 소극적 경영목표를 설정하는 현실에서 진정한 의미의 발전은 꿈꾸기 어렵다.
올 시즌 D도시민구단은 한해 운영비 전부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의지했다. 스폰서 확충과 자금 유치 등 거의 전부를 의존했다. 당연히 지자체의 입김이 거세졌다. ‘낙하산 인사’로 인해 잉여인력이 대거 양산됐고, 기대수익의 기본인 스폰서 유치에서도 자치단체장을 앞세워 지역연고기업들 위주로 공략했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됐다. 기업이 원했던 수준의 홍보나 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스폰서 예우도 부족했다. 자치단체장의 힘을 빌려 비교적 쉽게 돈을 끌어오다 보니 스폰서와의 확고한 유대관계도 성립되지 않았다. 당연히 다음 시즌 해당 기업을 지속적인 스폰서로 유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도시민구단들은 매 시즌이 시작될 때면 한해 예산을 예상한다. 구단 통장은 모기업으로부터 일정 예산이 집행되는 기업구단들과 달리 0원에서 출발한다. 부정기적으로 벌어 부정기적으로 쓰는 구조가 대다수 도시민구단들의 현실이다. 연말마다 도시민구단들이 허덕이는 것도 그래서다. 돈을 끌어오지 못하면 해당 기간은 고스란히 적자다. 은행도 부족해 사채를 쓰기도 한다.
● 절실한 수익구조 다각화
K리그, 더 나아가 사회 전체가 어렵지만 요즘 도시민구단들은 특히 힘겹다. 도무지 ‘돈이 될’ 구석이 없다. 시도금고 자금, 향토기업들의 후원금이 사실상 재원의 전부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유럽과 달리 TV 중계권료도 없고, 배당수익도 없다. 관중입장수익은 아무리 최대치로 잡아야 구단 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기와는 거리가 먼 도시민구단들은 2∼3%에 그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난관을 타개할 해법은 없을까. 적자폭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욱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기대하기 힘든 흑자경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절실한 전략이 수익구조의 다각화다.
홈 1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단들도 아직은 흑자경영까지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선수 몸값이 그만큼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는 경영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는데도 선수 몸값은 타 종목처럼 뛰고 있다. 수익원을 확대하고 수익구조를 다양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그나마 생존할 수 있음을 도시민구단들을 포함한 K리그 구단들은 깨달아야 한다. 현실이 비관적이라고 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