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태평양 시절 감독-선수로 사제지간
넥센 염경엽-KIA 김기태 광주일고 절친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조범현 직속후배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그러나 숫자 뒤에 얽히고설킨 스토리가 숨어있다. 10구단 체제로 시작하는 2015시즌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를 울고 웃길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오랜 기간 얽히고 얽힌 사령탑들의 대결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 ‘야신’ 김성근 감독의 귀환
김성근 감독이 한화 수장으로 현장에 복귀하면서 한국프로야구판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김 감독은 9개 구단 감독들 중 인연을 맺지 않은 이가 드물다. kt 조범현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은 1982년 OB로 입단하면서 당시 코치였던 김성근 감독과 마주했다. 김성근 감독이 1984년부터 OB 사령탑을 맡으면서 사령탑과 선수로 뛰기도 했다. 이후 제자들은 명장으로 성장했고, 스승과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했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이었던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와 명승부를 펼치며 한국프로야구의 대표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다. 조 감독은 청출어람이었다. KIA 시절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를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SK는 2003년부터 조 감독이 맡았던 팀이었다. 조 감독은 만년 하위팀을 맡았지만 부임 첫 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끄는 등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만드는데 공헌했다.
LG 양상문 감독도 김성근 감독과 인연이 깊다. 양 감독은 아마추어시절부터 김성근 감독을 만났고, 1989∼1990년 태평양에서 사제관계를 이어갔다. 2002년에서는 LG에서 감독과 투수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한국프로야구 최초 통합 4연패를 이룬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1991년 김성근 감독이 팀을 맡았을 때 최고의 유격수로 활약했으며, 2000년부터는 김성근 감독이 2군 감독으로, 류 감독은 이제 막 코치를 시작하는 새내기 지도자로 함께 생활했다. SK 김용희 감독은 2000년 삼성 1군 감독을 맡으면서 당시 2군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과 소통했다.
● 김경문-조범현-양상문 50대 감독들의 3파전
김경문 감독, 조범현 감독, 양상문 감독은 ‘40대 감독시대’를 연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사령탑이 돼 제2의 감독세대를 열었다.
김 감독과 조 감독은 걸어온 야구인생이 꼭 닮아있다. 이들은 1982년 OB 입단동기이자 포수 라이벌이었다. 조 감독이 만 42세였던 2003년 만년 하위팀이었던 SK를 맡아 첫 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 KIA 사령탑으로 임명돼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 감독은 45세였던 2004년부터 두산을 맡아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만들었고 2012년 신생팀 NC 사령탑으로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는 쾌거를 거뒀다. 김 감독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조 감독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며 국제대회 지도자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이 제9구단 NC 초대 감독으로, 조 감독이 제10구단 kt 초대 감독으로 임명돼 감독생활을 연장했다.
양 감독 역시 42세였던 2004년 암흑기를 걷고 있는 롯데를 맡아 5위로 끌어올리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롯데를 떠난 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김기태 감독이 중도 사퇴한 LG 사령탑 자리를 맡았고, 최하위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을 연출했다. 양 감독은 김경문 감독과 오래된 인연을 자랑한다. 부산 동성중학교 선후배로 만나 고려대학교에서 배터리호흡을 맞췄고,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적장으로 만나 치열하게 싸웠다.
● ‘젊은 피’ 감독들의 세대교체
김경문, 조범현, 양상문 감독의 뒤를 이을 ‘젊은 피 사령탑’들도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 KIA 김기태 감독 등이다. 김 감독과 염 감독은 각별하다. 광주 충장중과 광주일고에서 사춘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김 감독을 한국으로 불러들인 이가 당시 LG 운영팀장이었던 염 감독이었고, 김 감독은 2011년 LG 사령탑으로 임명된 뒤 염 감독에게 수석코치를 제안한 바 있다. 이제는 넥센과 KIA에서 적장으로 만나게 됐지만 사석에서 이들은 프로야구계 대표 ‘절친’이다.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조범현 감독과 얽혀있다. 김(태형) 감독이 90년 OB에 입단했을 때 조 감독과 김 감독은 하늘같은 선배였다. 게다가 같은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직속후배’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특히 김(경문) 감독과는 줄곧 같은 팀에서 뛰었고, 2004년부터는 감독과 코치로 오랫동안 함께 했다. 이 외에도 ‘혼돈의 롯데’를 맡은 이종운 감독은 경남고 선후배이자 롯데에서 사제관계였던 SK 김용희 감독과 인연이 깊다.
● 각 사령탑들의 첫 대결 일정은?
저마다 사연이 있는 감독들은 2015시즌 그라운드에서 격돌하게 된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의 올 시즌 첫 대결은 4월 3∼5일 마산 3연전이다. 두 감독이 2011년 나란히 현장을 떠난 뒤 4년 만의 격돌이다. 김성근 감독은 양상문 감독이 이끄는 LG와는 4월 7∼9일 대전에서, 조범현 감독과는 5월 5∼7일 역시 대전에서 만난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해 강팀으로 변모시켰던 SK. 이제는 김용희 감독이 이끄는 SK와 한화는 5월 19∼21일 문학에서 시즌 첫 3연전을 치른다. 김성근 감독은 2011년 이후 문학구장 3루 측 덕아웃에서 처음으로 서게 된다. 김경문 감독과 조범현 감독의 신생팀 맞대결은 5월 1∼3일 수원구장에서 열린다.
개막전에서 만나는 얄궂은 인연도 있다. 오랜 사제관계인 김경문 감독의 NC와 김태형 감독의 두산이 3월 28∼29일 잠실 개막전에서 만나며, 전현직 LG 감독의 격돌로 주목받는 양상문 감독과 김기태 감독의 대결도 2015시즌이 시작되는 첫날 광주에서 펼쳐진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