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현주엽 “해설하면서 농구 새롭게 배운다”

입력 2015-02-2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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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시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현주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해설가로 농구계에 복귀한 지 반년이 되어 간다. 최근에는 소신 해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도 듣고 있다. 현 위원은 “지금도 조금씩 농구를 배워가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제공|KBL

■ ‘소신 해설가’ 현주엽

해설 선배들 ‘소신껏 떠들어라’ 조언 도움
멀리 돌아왔지만 하루하루 기쁘고 행복해
예능은 이제 그만…내가 할일이 아니더라


22일 ‘2014∼2015 KCC 프로농구’ LG-SK의 정규리그 6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창원체육관. 몸을 풀기 위해 코트에 나온 LG 기승호와 이지운(이상 30)은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 중계석으로 올라갔다. MBC스포츠플러스 현주엽(40) 해설위원도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았다. 현 위원은 LG 유니폼을 입고 2008∼2009시즌을 보낸 뒤 현역에서 물러났다. 당시 기승호와 이지운은 프로에 갓 데뷔한 신인선수였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베테랑 선배는 하늘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팀의 중고참이다. 세월의 무상함 속에 선 현 위원은 “함께 코트에서 땀 흘렸던 후배들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며 웃었다.


● ‘소신 해설’에 심판들도 뜨끔

여전히 농구장에서 그의 인기는 대단하다. 팬들은 ‘매직 히포’의 추억을 더듬으며 사진촬영과 사인을 요청한다. 은퇴 이후 5년간 농구계를 떠났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다. “제가 제일 사랑했던 것, 제가 제일 잘했던 것…. 모두 농구였어요. 일찍 은퇴해서 사실 좀 아쉬웠죠. (농구가) 많이 그리웠어요.”

지난해 9월 해설가로 돌아온 뒤 벌써 반년이 되어 간다. 어색했던 마이크도 많이 익숙해졌다. “이제 한 40경기쯤 해설을 한 것 같네요. 처음엔 제가 봐도 서툴렀어요. 하지만 김동광(62·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감독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네 소신껏 떠들어라’라고 조언해주신 게 도움이 됐어요.” 특히 수준 이하의 미숙한 심판 판정에는 현역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날카로운 일침을 날린다. KBL에서도 두려워하는(?) 해설위원 중 한 명이라는 후문이다.


● “농구에 대한 배움에는 끝이 없네요!”

현 위원은 현역 시절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이름을 날렸지만, 어시스트에도 능했다. 선수생활 말년 무릎 부상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도움 실력은 더욱 빛을 발했다. 결국 ‘포인트 포워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몸 상태가 예전보다 안 되니까 패스에 더 신경을 쓴 부분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농구에 점점 더 눈을 떴던 것 같아요. 놀라운 것은 지금도 해설을 하면서 농구를 새롭게 배운다는 겁니다.” 코트에서 한 발짝 떨어져 해설을 하다보면, 현역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 경기 전체를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그는 “멀리 돌아왔지만, 하루하루가 기쁘고 또 즐겁다”고 말했다. 천상 농구인의 모습이었다.


● “언젯적 서장훈, 현주엽인가? 후배들 더 노력해주었으면…”

현 위원은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서장훈(41)과 함께 출연해 특유의 입담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덕분에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오기도 한다.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습니다. 7시간 녹화하는데 힘들어서 진을 뺐어요. 예능이 제가 할 일은 아니더라고요.(웃음)”

농구대잔지와 프로 초창기의 스타들은 단지 농구팬들 사이에서뿐만이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현 위원은 한국농구의 호시절을 경험한 선수였다.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당시 선수들의 개인기가 지금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언젯적 서장훈, 현주엽입니까? 이젠 후배들이 더 유명해져야죠. 해설을 하다보니 예전 농구대잔치 화면을 볼 때가 있는데,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1.2배 속도로 틀어놓은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후배 선수들이 연봉과 팬들의 인기에 만족해하지 말고, 좀더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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