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샤벳’ 이즈 얼라이브…“꽃은 반드시 핀다! 다만 계절이 다를 뿐” [인터뷰]

입력 2015-04-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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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샤벳,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달샤벳,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스트레스와 부담감 때문에 친한 친구 앞에서 오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가 ‘꽃이 어느 한 계절에만 피는 것이 아니다. 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에 피는 꽃도 있다. 아직 너에겐 그 계절이 오지 않은 것뿐이다’라고 하더라.”

아영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달샤벳 멤버들은 이미 여러 번 들었다는 듯, 장난스럽게 귀를 막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지만 이는 아영뿐만 아니라 달샤벳 멤버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그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조금은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냉정하게 평가해 달샤벳은 항상 평균은 넘더라도 ‘대세’나 ‘톱클래스’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성적을 거둬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달샤벳은 한때 유행하던 ‘걸그룹 서열표’에서 인기 마지노선을 책임지던 그룹으로 자주 표현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걸그룹 서열표’가 처음 등장할 당시 2년차 신인급이었던 달샤벳은 어느덧 5년차의 중견 아이돌이 됐고, 그사이 비슷한 위치에 있던 걸스데이나 에이핑크 등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치고 나갔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달샤벳은 의연했다. 막내인 수빈은 “5년차에 접어들고 ‘5년차 징크스’나 항상 아쉽게 끝나는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반대로 5년 동안 활동을 했고 다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히려 뿌듯하다”라고 꽤나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아영은 “우리가 그렇게 망한 적도 없다. 그래서 우울하게 지낸 적도 없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수빈은 “반대로 생각하면 (꾸준하게 달려온 게) ‘달샤벳 잘 하고 있구나’라고도 볼 수 있다. 5년차 징크스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을 미리 겼었다고 생각한다. ‘무서울 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이 더 뿌듯하다”라고 스스로의 행보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희 수빈,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우희 수빈,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이 같은 자신감은 단순히 말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달샤벳은 ‘안 해 본 콘셉트가 없다’라는 표현이 누구보다 잘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콘셉트를 선보여 왔으며 이를 통해 차츰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팬들과 함께 커가는 ‘성장형 아이돌’의 표본과도 같은 행보를 걸어오던 달샤벳은 이번 8번째 미니앨범 ‘조커 이즈 얼라이브(JOKER IS ALIVE)’에서 시쳇말로 ‘대형사고’를 쳤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수빈 전곡 프로듀싱이 그것인데, 이는 걸그룹 최초일 뿐만 아니라 모든 현역 아이돌을 통틀어도 손에 꼽힐 정도로 파격적인 시도이다.

또한 앨범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음악적 재능과 감각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꼭 팬이 아니더라도 들어 볼만한 충분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수빈은 “처음부터 프로듀싱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가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사고를 당하고 혼자 있으면서 생각이 많았다. 나 때문에 달샤벳 컴백이 미뤄진 게 미안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달샤벳의 곡을 쓰게 됐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때까지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가볍게 대표님에게 ‘이런 곡 썼어요’라고 하니 대표님도 가볍게 ‘그래 그럼 녹음해봐’라고 해서 녹음을 했는데 언니들과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나누다보니 앞으로 우리들이 나가야 할 방향이 그려지더라. 그렇게 ‘조커’라는 곡이 탄생했다. 멤버 각자의 색과 손때가 많이 담긴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리도 “사실 수빈이 곡을 받기 전에 유명한 작곡가 분들에게도 이미 여러 곡을 받은 상태였다. 타이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는데 5년차인 만큼 ‘우리 힘으로 보여주자’라고 결정을 내렸고, ‘조커’가 최종 타이틀이 됐다. 멤버 개개인의 색과 매력이 잘 드러난 것 같다”라고 달샤벳에, 달샤벳에 의한, 달샤벳을 위한 곡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조커’와 ‘할리퀸’이 콘셉트로 정해진 이유도 재미있다. 단순히 제목만 들었을 때는 배트맨 시리즈를 좋아해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예상을 해봤지만 프로듀서 수빈의 대답은 의외로 “아니요”였다.

수빈은 “달샤벳의 노래를 쓸 때 중점을 둔 게, 첫째로 기존 팬들이 원하는 색을 담아내고 둘째로 앞으로 우리들의 음악적으로 무게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다보니 다크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조커가 연상됐고, 캐릭터를 많이 연구하게 됐다”며 “또 연구를 하다보니 할리퀸의 이미지를 보게 됐고, 섹시하면서도 익살스럽고 귀여운 면이 달샤벳에게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이미지적인 콘셉트는 할리퀸에서 따왔지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밀당남 조커’에게 하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은 세리,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가은 세리,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화려하고 익살스럽지만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조커처럼 달샤벳은 매우 다채롭고 화려한 무대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수빈은 “‘조커’에 섹시함과 귀여움, 유쾌함, 카리스마 등 다양한 이미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 무대에서도 여러 가지 의상을 보여주려 한다. 실제로 우리가 다 디자인을 하고 의견을 반영해 의상을 꾸미고 있다. 무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이처럼 프로듀서로서 달샤벳에 딱 맞게 재단한 ‘맞춤 앨범’을 내놓은 수빈이지만 이것이 달샤벳의 전담 프로듀서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빈은 “개인적으로는 내 곡을 타이틀곡으로 쓰고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는 게 영광이고 기쁘겠지만, 달샤벳이 잘 되는 게 목적이다. 훨씬 더 좋은 곡이 나오면 그 곡을 쓰는 게 맞다”라고 개인적인 욕심보단 팀이 먼저임을 분명히 했다.

수빈의 교통사고와 우희의 기흉 수술 등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한달도 멀다하고 신곡을 내놓는 현재 가요계에서 1년 3개월이라는 공백기는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그만큼 이들은 올 한해 팀으로 또 개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댤샤벳 멤버들은 “올해 달샤벳 앨범을 3장정도 발표하고 싶다”라고 팀 활동의 구체적인 목표치와 함께 개인 목표도 함께 덧붙였는데, 이 개인 목표가 참 달샤벳스러워 재미있다.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의 아영은 “지난해 드라마 세편에 출연했는데 올해는 영화 세편에 출연하고 싶다”며 “그런데 아직 섭외가 들어온 데는 없다”라고 엉뚱한 모습을 보였고, ‘차도녀’ 이미지의 세리는 “내가 노출이 많이 되지 않아서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가 큰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또한 대표적인 운동돌로 건강미를 자랑하는 가은은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에 출연해 보고 싶다”라고 체험형 예능 출연을 개인목표로 삼았다.

많은 남성들이 이상적인 여자친구로 손꼽힐 정도로 사랑스러운 매력의 우희는 “‘나 홀로 연애 중’에 특별출연으로 나간 적이 있는데, 정식 주인공으로 출연해 보고 싶다”라고 밝혔고, 진지하고 지적인 지율은 “‘비정상회담’에 한국대표로 나가보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또 ‘크라임씬’과 같은 추리프로그램도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과 딱 어울리는 ‘지능형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을 희망했다.

사실 많은 걸그룹들이 으레 하는 말 중 하나가 ‘멤버별 개성이 다르다’라고는 하지만 이는 성격적인 부분처럼 늘 함께 하는 자기들끼리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달샤벳처럼 뚜렷하게 멤버별 이미지가 확연하게 눈에 띄는 그룹은 정작 찾아보기 힘들다.

즉 달샤벳의 매력은 ‘다채색’으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달샤벳을 하나의 프레임에 맞춰 ‘무채색’으로 보면서 미처 이들의 진면목을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데뷔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달샤벳의 이런 ‘다채로움’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조커’부터는 본격적으로 달샤벳의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를 어필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대중들의 선택은 예측할 수 없지만 ‘조커’를 절기(節氣)를 지나 달샤벳이라는 꽃이 피어날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은 분명하다.
아영 지율,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아영 지율,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여담으로 달샤벳은 데뷔이후 8장의 미니앨범과 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해 단 한번도 싱글 혹은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지 않은 그룹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에 대해 달샤벳은 “팬에 대한 성의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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