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실종자 9명 상징’ 9분의 침묵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축구도 마냥 축제일 수만은 없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6라운드 울산현대-수원삼성전이 열린 울산 문수경기장에는 애도의 분위기가 스몄다. 이날은 울산의 올 시즌 첫 야간 홈경기였다. 하프타임에는 20초간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울산 프런트는 14일 이 이벤트를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울산 김현희(40) 사무국장은 “국민적인 정서를 고려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느끼는 슬픔을 저희도 함께 나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열정적인 것으로 소문난 울산의 서포터스 ‘처용전사’ 역시 묵념 이후 시작된 전반 초반 침묵을 지켰다. 이미 구단과의 소통과정을 통해 킥오프 이후 9분간 집단 응원을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9분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 9명을 상징했다. ‘처용전사’의 일원인 이주희(21) 씨는 “희생자 중에 나와도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동생들이 많았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세월호 추모식에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부) 고위인사 중 다수도 가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라가 신경을 써주지 않는데, 우리라도 마음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유가족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전반 초반 조용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진행됐지만, 선수들 역시 ‘처용전사’의 깊은 뜻에 공감했다. 울산 스트라이커 김신욱(27)은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다. 열심히 뜀으로써 울산 서포터스와 추모의 마음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FC서울과 대전 시티즌이 맞붙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킥오프를 앞두고 묵념이 거행됐고, 경기 초반에는 서포터스가 응원을 자제했다. 전북현대와 홈경기를 치른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애도의 의미로 가슴에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이고 뛰었다.
울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