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역대 노히트노런 투수 다음등판 어땠나

입력 2015-04-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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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잠실 넥센전에서 역대 12번째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유네시키 마야. 스포츠동아DB

9일 잠실 넥센전에서 역대 12번째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유네시키 마야. 스포츠동아DB

선동열·송진우 대기록 다음등판서도 괴력

마야·찰리 다음 등판서 무너졌지만
김태원·정민철·김원형·이태일 등
90년대∼2000년 투수 5명은 호투
선동열, 대기록 6일 후 불펜 등판도

노히트노런. 선발투수가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고 실점 없이 9이닝을 버텨야 받을 수 있는 훈장이다. 역대 12차례밖에 나오지 않았을 만큼 어렵고 희귀한 기록이다. 보통의 한 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피로도도 높다. 그래서 노히트노런 이후의 첫 등판은 평소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두산 유네스키 마야(34)는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3이닝 동안 만루홈런을 포함해 8안타(3홈런)를 맞고 11실점으로 무너졌다. 136구를 던지며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고 12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마야뿐만이 아니다. 바로 1년 전 노히트노런에 성공했던 NC 용병 찰리 쉬렉은 로테이션을 지켜 5일 뒤 다시 등판했지만, 역시 4.2이닝 7안타(2홈런) 9실점(1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과연 이들의 일시적 부진이 기록의 후유증 탓일까. 그렇다면 이들보다 앞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선배 투수들은 어땠을까.


● 1990년대, 대기록 후유증은 없다!

투수 분업화가 정착된 1990년대는 그야말로 명품 선발투수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내구성이 좋은 ‘이닝이터’들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서일까.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투수 5명은 모두 대기록 바로 다음 등판에서도 7이닝 이상을 버티며 호투했다. 특히 LG 김태원은 1993년 9월 9일 잠실 쌍방울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6일째인 9월 15일 잠실에서 삼성을 상대로 9이닝 4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2연속경기 완투승을 거뒀다.

한화 송진우(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와 정민철(1997년 5월 23일 대전 OB전)도 각각 4일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펼쳤다. 송진우는 8.1이닝 3안타(1홈런)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정민철은 8이닝 7안타(1홈런)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완투패했다. 삼성 이태일(1990년 8월 8일 사직 롯데전)과 쌍방울 김원형(1993년 4월 30일 전주 OB전)도 대기록의 기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태일은 노히트노런 이후 단 3일만 쉬고 다시 등판해 7이닝 6안타(1홈런) 3실점을 기록했다. 김원형도 7이닝 6안타(1홈런) 2실점으로 잘 던졌다.


● 1980년대, 노히터 투수도 구원등판

반면 잘 던지는 투수가 선발등판도 하고 구원등판도 했던 1980년대에는 노히트노런 투수가 다음 경기에 불펜으로 나서는 일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 케이스가 바로 ‘국보’로 불린 해태 선동열이다. 선동열은 1989년 7월 6일 광주 삼성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6일 만인 7월 12일 다시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2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OB 장호연도 마찬가지다. 1988년 4월 2일 사직 롯데전에서 대기록을 달성한 그는 4일 만인 4월 6일 구원투수로 등판해 무려 6이닝(8안타 1실점)을 소화했다. 그런가 하면 땜질 선발로 등판했다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던 빙그레 이동석(1988년 4월 17일 광주 해태전)은 6일을 쉰 뒤 원래 역할인 불펜으로 돌아가 3이닝 2안타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역대 1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었던 해태 방수원(1984년 5월 5일 광주 삼미전)은 나흘 만에 다시 선발등판 기회를 잡았지만, 3이닝 4안타(1홈런) 3실점으로 물러났다. 방수원은 기록 달성 전까지 주로 1∼2이닝을 소화하던 투수였고, 노히트노런이 그해 그의 유일한 승리였다. 롯데 김정행(1986년 6월 5일 사직 빙그레전 DH1)은 그 시절의 기록 달성자 가운데 유일하게 5일 휴식 후 다시 선발등판했고, 8이닝 8안타(1홈런) 4실점(3자책점)으로 역투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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