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영재’ 전인지, 경기도 영리하게 푼다

입력 2015-07-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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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선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US여자오픈 우승’ 전인지는 누구?

수학경시대회에서 상도 받은 뛰어난 두뇌 소유자
초5때 골프 입문 폭풍성장…고교시절엔 국가대표
단점 알면 완벽하게 고치는 영리함 동료들도 인정


냉정함과 여유. 전인지가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또 다른 무기다. 처음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는 무엇보다 침착하고 대범한 플레이와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 수학영재에서 골프영재로


전인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운동이라면 소질이 있었다. 태권도를 배우기도 했고, 초등학교 시절엔 육상대표로 뽑혀 대회에 나간 적도 있다.

공부에도 꽤 소질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수학만큼은 잘했다.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 때문에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아버지와 교장선생님이 의견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아버지가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전인지는 공부가 아닌 골프를 택했다. 그때부터 부친 전종진(56)씨는 사업을 그만두고 딸의 뒷바라지에 전념했다. 어머니는 작은 식당을 운영했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충남 서산에서 제주도로 이사하는 결단까지 내렸다. 이후 중·고교 때는 전남 보성과 함평으로 이사를 다녔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폭풍 성장을 했다. 고교 시절엔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프로 무대에 뛰어든 건 2012년이다. 처음엔 2부(드림)투어에서 생활했다. 상금랭킹 2위 자격으로 2013년부터 KLPGA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슈퍼루키’ 김효주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전인지가 존재감을 드러낸 건 한국여자오픈에서다. 김효주, 백규정과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다퉜다. 전인지에게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전인지가 짜릿한 역전으로 우승했다. 전인지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확실하게 알린 계기가 됐다.


● 영리한 플레이에 동료들도 깜짝

전인지의 영리함은 동료들도 인정한다.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은 “전인지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조금 다른 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이후 성장과정에서도 그의 영리함을 엿볼 수 있다. 데뷔 당시 그는 퍼트가 약했다. 평균 퍼트 수 31.02개로 전체 45위에 그쳤다. 상금랭킹 3위, 그린적중률 2위, 평균타수 3위라는 성적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2014년에도 마찬가지. 평균타수 6위, 그린적중률은 7위였지만, 평균 퍼트 수는 36위에 그쳤다. 그러나 전인지는 3년만에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올해 평균 퍼트 수 1위(29.43개)에 이름을 올려놨다.

전인지는 최근 발행된 KLPGA 회원소식지에서 “자신의 단점을 알고 플레이를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 나에겐 퍼트가 문제였고 그래서 퍼트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좋지 않은 동작을 습관처럼 오래 가지고 있어 고치기 쉽지 않았지만 과감하게 자세를 바꿨더니 퍼트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여유도 전인지만의 힘이다.

“우승에 대한 욕심을 비우니 작은 것 하나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매일 가족과 함께 하고 건강하게 투어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지금처럼 골프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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