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수의 독한 사이다] ‘개그콘서트’ 10년 의리로 시청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입력 2015-10-20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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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이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려움을 맞더라도 그동안 쌓아놓은 재산으로 한동안은 버텨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은 다르다. 아주 조금씩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하면 이는 곧바로 입소문으로 이어져 '재미없다'라는 이미지가 박히게 되고 결국 프로그램의 존폐로까지 연결된다.

이같은 공식은 한때 명가로 불리며 일요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KBS2 '개그콘서트'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많은 시청자들이 주말을 마감하는 코스처럼 취급되던 '개그콘서트'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시청률 수치상으로만 보면 '개그콘서트'의 위기는 얼핏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 프로그램은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대박은 아니지만 '니글니글', '스톡홀름 신드롬', '나는 킬러다' 등의 중박 코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 방송사의 공개 코미디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tvN '코미디 빅리그'가 연일 시청률 상승을 이뤄내고 있는 반면 공개 코미디의 원조격인 '개그콘서트' 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20%를 웃돌았던 시청률은 10%를 겨우 넘기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일요일 밤의 상징이었던 '개그콘서트'가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개그콘서트'와 동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MBC는 '엄마'와 '내 딸 금사월'로 리모컨을 쥔 주부 시청들이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여기에 SBS '애인 있어요' 역시 한창 물이 오른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이런 악조건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예능국의 제작 관계자는 앞선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공개 코미디가 몰락하는 이유가 뭐겠나. 당연히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그는 "이미 슬랩스틱 개그 시대가 가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개그가 인기를 얻게 된 지 오래다. '개그 콘서트'의 렛잇비 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최근의 '개그 콘서트'는 억지스러운 상황을 설정해 개그맨들의 재주에만 의존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코빅', '웃찾사' 등 더 자유로운 수위로 말할 수 있는 공개 코미디가 있지 않나. '개콘'이 과연 이 두 프로그램들보다 경쟁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런 독설에도 불구하고 '개그콘서트'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다양한 재주를 지닌 개그맨들이 시청자들 앞에 노출될 수 있는 공개 코미디 무대로서 대한민국 예능을 살찌우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능의 고수가 된 정형돈 김병만 장동민 유세윤 김영철 이수근 등도 ‘개그콘서트’를 통해 스타가 됐다.

그럼에도 지금의 '개그콘서트'는 참고 보기 힘든 지경이다. 웃음보다 안쓰러움에 얼굴을 찡그리게 되고 전성기 시절의 '개그콘서트'만 더 그리워지게 할 뿐이다. 재미가 없으니 화제성도 없다.

부디 제작진과 개그맨들 모두 '개그콘서트'가 무사히 10년을 지나왔다고 해서 앞으로의 10년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거라는 안일함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친구 사이엔 의리가 있고 이웃 사이엔 정(情)이 있지만 시청자와 프로그램 사이에 그런 낭만은 없다.

사진제공=K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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