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또 다른 경지에 오른 ‘가을 니퍼트’

입력 2015-10-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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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에이스다웠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KS 2차전에서 7이닝 3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니퍼트가 2회말 삼성의 공격을 막고 웃으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구|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나흘 쉬고 등판…7이닝 5K 무실점 V투
정민철 위원 “최고타자도 치기 힘든 공”

아마도 많은 야구팬들은 2015년 가을을 ‘니퍼트’라는 세 글자로 기억할 듯하다. 두산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가 올해 KBO리그의 가을잔치를 말 그대로 ‘지배’하고 있다.

니퍼트는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공 92개만 던지며 3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1패를 먼저 안고 출발했던 두산에 귀중한 KS 첫 승을 안기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이와 함께 니퍼트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6회 2사 후부터 시작된 연속이닝 무실점 행진을 ‘24.1’로 늘렸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이닝 무실점 신기록이다. 이 정도면 ‘괴력’이 따로 없다.

니퍼트가 없었다면, 두산의 KS 진출도 없었다. 니퍼트는 준PO부터 KS 2차전까지 두산이 올린 7승 가운데 4승을 손수 만들어냈다. 출발부터 좋았다. 준PO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고, NC와의 PO 1차전에선 아예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외국인투수로는 역대 3번째 포스트시즌 완봉승을 따냈다. 또 두산이 1승2패로 수세에 몰린 가운데 치러진 PO 4차전에선 단 사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NC의 강타선을 7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PO 최우수선수(MVP)는 압도적으로 니퍼트의 차지였다.

당연히 KS에서도 두산의 믿을 구석은 니퍼트였다. 무엇보다 니퍼트는 2011년 한국무대 데뷔 이후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삼성 타선이 전 구단 투수들 가운데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존재가 바로 니퍼트였다. 유일한 불안요소는 2013년 KS 성적뿐. 니퍼트는 당시 삼성과의 KS 2경기에 선발등판해 12.2이닝 동안 6실점하며 승리 없이 1패만 떠안았다.

그러나 올 가을의 니퍼트는 이전과는 또 다른 경지에 올라섰다.

정민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니퍼트는 공을 높은 곳(키 2m3)에서 뿌릴 뿐만 아니라, 팔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다른 투수들보다 한참 앞에서 공을 놓는다. 타자 입장에선 그만큼 공을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짧아지기 마련”이라며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몸 전체부터 밸런스까지 자신에게 가장 완벽하고 최적화된 상태로 공을 던지는 것 같다. 지금 니퍼트의 공은 아무리 좋은 타자도 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니퍼트는 PO 4차전 이후 다시 나흘만 쉬고 KS 2차전에 나섰지만, 삼성의 기대와 달리 변함없는 구위를 뽐냈다. 직구 최고 구속(시속 151km)이 이전 2경기(154km)에 못 미쳤을 뿐, 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는 공격적 피칭으로 삼성 타선을 빠르게 돌려 세웠다. 공 92개로 7회까지 버티며 불펜의 힘까지 덜어준 비결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 에이스의 임무를 완수한 니퍼트. 두산의 가을 마운드를 지탱하는 최고 영웅이다.


“휴식기간 짧지만 전혀 상관없다”



● 두산 니퍼트=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그 바람이 홈런 타구를 몇 개 막아줘서 좋았다. 7회 마운드를 내려올 때는 추워서 그런지 팔이 좀 타이트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괜찮다. 휴식기간이 짧지만 전혀 상관없다. 연속이닝 무실점 신기록도 신경 쓰지 않는다. 삼성에 강한 이유는 운이 좋을 뿐이다. (부상으로 확보한 타이어상품권이 너무 많은데) 타이어 가게를 낼 생각이다(웃음).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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