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셋업맨 부재가 부른 메츠의 할로윈 악몽

입력 2015-11-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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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 테리 콜린스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뉴욕 메츠 테리 콜린스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린 지난달 31일(현지시간)은 시티 필드를 가득 메운 4만4000여 뉴욕 메츠 팬들로선 할로윈의 악몽을 몸소 체험한 하루였다.

3-2로 앞선 8회초 1사 후 메츠 셋업맨 타일러 클리퍼드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벤 조브리스트와 로렌조 케인을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화를 자초했다. 메츠 테리 콜린스 감독은 지체 없이 마무리투수 헤우리스 파밀리아를 등판시켰다.

파밀리아는 비록 1차전에서 9회말 1사 후 알렉스 고든에게 동점 홈런을 맞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미스터 옥토버’라는 닉네임을 얻은 캔자스시티 4번타자 에릭 호스머를 상대로 초구부터 96마일(154km)짜리 싱킹 패스트볼을 던진 파밀리아는 2구째에도 같은 공을 던져 2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메츠 2루수 대니얼 머피는 바운드가 큰 공을 급히 잡으려다 뒤로 빠트리는 우를 범했고, 이 사이 2루주자 조브리스트가 홈을 밟아 3-3 동점이 됐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6연속경기홈런을 날려 ‘영웅’ 대접을 받았던 머피의 어이없는 실책이 나오자, 파밀리아는 평정심을 잃었다. 마이크 무스타커스와 살바도르 페레스에게 연속안타를 얻어맞아 경기는 순식간에 3-5로 뒤집혔다. 알렉스 고든을 2루쪽 병살로 처리했지만 8회초는 너무도 길었다.

반면 캔자스시티 네드 요스트 감독은 2점차 리드를 잡자, 8회말부터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4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한 데이비스는 9회말 1사 후 머피와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루카스 두다의 힘 없는 3루수 플라이에 세스페데스가 미처 1루로 귀루하지 못해 경기는 싱겁게 끝났다. 머피의 수비 실책과 세스페데스의 멘탈 에러로 두 팀의 희비가 갈린 것이다.

메츠 불펜의 희망 파밀리아는 월드시리즈에서만 2차례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츠 불펜의 가장 큰 문제로는 1이닝을 확실하게 잡아줄 셋업맨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클리퍼드의 부진이 결정타다. 포스트시즌 들어 8차례 등판한 클리퍼드가 1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한 것은 절반인 4차례뿐이다.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도 8회말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조브리스트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2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켄드리스 모랄레스에게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살리지 못하고 볼넷을 허용한 뒤 파밀리아에게 공을 넘겨야 했다.

4차전에서도 8회초 1사 후 클리퍼드가 2명의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 조브리스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케인을 상대로 역시 0B-2S서 지나치게 유인구만 고집하다 볼넷을 허용해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파밀리아는 지난해까지 셋업맨으로 활약하다 올 시즌부터 마무리로 중용돼 43세이브를 따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5개의 세이브를 올리며 위력적인 공을 뿌렸지만, 짧게 끊어 치는 캔자스시티 타자들에게 2번이나 호되게 당했다. 결과론이지만, 블론 세이브 2개만 아니었다면 선발진의 우위를 앞세워 3승1패를 기록해야 하는 상황이 1승3패로 뒤바뀌었다. 벼랑 끝에 몰린 콜린스 감독이 만약 2일(한국시간) 5차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진다면 어떻게 불펜을 운영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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