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품위가 야구의 품격이다

입력 2015-11-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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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야구계 ‘모럴 해저드’파문

해외 원정도박·음주운전·금지약물 복용·SNS 추문까지…도덕성 파괴 심각

삼성의 1년농사 망친 원정도박 선수들
LG 잇단 음주운전에 kt 장성우 스캔들
700만 관중시대, 선수들 책임의식 필요

최근 일부 프로야구선수들이 해외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음주운전, 금지약물 복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추문 등의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파가 전해졌다. 올해만 해도 프로야구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moral hazard)’와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야구계에 불어 닥친 ‘모럴 해저드’ 파문들을 되짚어보면서 이를 극복할 방안들을 모색하는 ‘프로야구 도덕성 회복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음주운전사고는 올해도 예외 없이 터졌다. 6월 22일 새벽 LG 정찬헌이 서울 시내서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냈다. 9월에는 같은 팀의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구단과 KBO의 징계가 이어졌지만, 음주운전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한화 최진행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KBO로부터 30경기 출장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고의성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순수한 땀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한 문제들도 줄줄이 터졌다. kt 포수 장성우의 전 여자친구가 SNS에 폭로성 글을 올리면서 파문이 일었다. 감독과 야구계 선후배들은 물론 유명 치어리더에 대한 명예훼손성 내용을 담고 있어 파장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도중 더 큰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삼성의 주축 선수 일부가 해외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수억원에 이르는 도박 금액도 충격적이지만, 마카오의 특급 카지노호텔에서 조직폭력배에게 도박자금을 빌린 뒤 한국에 들어와 갚는 방법을 이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삼성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연루설이 돈 3명의 선수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현재 이들 중 2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다른 구단의 일부 선수도 해외원정도박에 연루됐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야구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뒤숭숭하다.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전용배 교수는 최근 도마에 오르고 있는 프로야구선수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에 대해 “일부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나 반드시 선수들의 인성이 나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수들을 어릴 때부터 승부로만 내몰았다. 합숙훈련을 시키고 집단생활만 하게 만들었지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교육에 소홀했다. 우리 사회가 그런 투자에 인색했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전 교수는 이어 “사건과 사고가 벌어지면 재발방지를 위해 뭐든지 금지를 시키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SNS만 하더라도 금지보다는 SNS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프로야구선수라면 더더욱 팬들과 소통하고 사회와 교류할 필요가 있다. KBO와 구단, 선수협이 함께 손을 잡고 멘토링 제도나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선수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게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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