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의 행보 중 다른 사령탑들과 확연히 다른 하나가 있다. 그는 대표선수들에게 가끔씩 ‘넌 A팀 선수다’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정협(24·부산)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처럼 부상 등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할 상황에 있는 선수들에게 “언제가 꼭 다시 부른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한다. 그뿐 아니다. 골키퍼 김승규(25·울산)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5차전 미얀마와의 홈경기만 치르고 군에 입대한다. 6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해 대표팀에 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한 경기를 위해 그를 불러들였다. 내년에도 대표팀에서 활약해야 할 선수라서 한 경기만 치르더라도 함께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었다. 부상에서 막 회복해 풀타임 출전이 불가능한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과 손흥민(23·토트넘)을 이번에 발탁한 배경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통해 선수들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부상 등으로 ‘슈틸리케호’에 승선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대표팀 경기를 챙겨보는 등 관심을 이어가라고 당부하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풀타임 소화가 불가능한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는 선수 스스로의 준비다. ‘다음 소집에선 선발할 수도 있으니 지금보다 더 좋은 몸 상태와 경기력을 유지하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과 대표선수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대표팀의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었다. 올해 1월 호주에서 열린 2015아시안컵 당시만 해도 대표팀의 전력은 그다지 탄탄하지 않았다. 핵심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그러나 현재는 각 포지션에서 1~2명 정도 부상자가 나와도 대체자원이 준비돼 있다. 또 핵심선수 몇 명이 빠져도 대표팀의 경기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슈틸리케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