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정우람-이현승, 거룩한 좌완계보 또 빛났다

입력 2015-11-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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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SK 정우람-두산 이현승(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삼성 차우찬-SK 정우람-두산 이현승(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거룩한 좌완 계보는 이번에도 빛났다. 한국야구가 일본을 넘을 때마다 늘 왼손투수가 있었다. 원조 ‘일본킬러’ 이선희를 시작으로 구대성, 김광현(SK), 봉중근(LG) 등이 국제대회 길목에서 고비마다 일본을 깨며 한국야구를 구했다.

그리고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는 차우찬(삼성)과 정우람(SK)이 큰 일을 해줬다. 처음부터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었던 대표팀은 8일 일본과의 삿포로돔 개막전에서 김광현을 내고도 패해 19일 리턴매치에서 내놓을 카드가 궁색했다. 우완 이대은(지바롯데)을 선발로 냈지만 사실상 고육지책이었다. 가장 믿을만한 선발 자원인 장원준(두산)은 16일 쿠바와의 8강전에서 소진한 상태였다.

이대은은 3.1이닝 동안 무려 95구를 던졌다. 3안타 4볼넷에 수비 실책까지 겹치며 3실점(1자책점)을 기록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등판한 차우찬은 6회까지 2.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 3삼진으로 완벽에 가깝게 막아줬다. KBO 탈삼진 1위다운 피칭이었다.

차우찬 덕분에 대표팀은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음에도 중반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7회 심창민(삼성)이 2볼넷만 내주고 강판된 직후에는 또 다른 좌완 정우람이 한국을 구원했다. 정우람은 무사 1·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8회에도 2안타를 맞았으나 실점 없이 1.2이닝을 막았다.

그리고 0-3 열세를 4-3으로 뒤집은 기적의 9회초 공격이 있었다. 9회말 2사 수비에서 마지막 마무리도 역시 좌완인 이현승(두산)의 몫이었다.

대표팀 승리의 주역은 9회 만루에서 역전 결승타를 터뜨린 4번타자 이대호(소프트뱅크)였다. 그러나 9회 이대호의 한방이 터지기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준 좌완투수들의 공로를 잊을 수 없다. 드라마의 훌륭한 조연들이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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