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대표팀 “160km 비하면 다른 공 쯤이야”

입력 2015-11-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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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챔피언!’ 야구국가대표팀 주장 정근우(오른쪽)와 1982년생 최고참 동기 이대호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 12’ 미국과의 결승전 승리 직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프리미어 12 대표팀 뒷이야기

오타니 강속구 경험 후 대표팀 타격감 UP
과도한 세리머니 자제…성숙해진 선수들
“영상 자료 준비” 전력분석팀도 숨은 공신


한국이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했다.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에도 아랑곳없이, 개최국 일본과 대만의 ‘꼼수’에도 무너지지 않고 당당히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시리즈 기간인 지난달 26일 소집돼 한 달 가까운 여정을 마친 대표팀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160km 던져준 오타니의 덕 본 한국?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는 넘지 못했다. 한국은 앞으로 10년간 ‘사무라이 재팬’을 지킬 에이스 오타니를 넘어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떠안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데 오타니의 덕을 본 것도 있다. 한국 타자들은 “오타니의 공을 보다가 다른 투수들의 공을 보니 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입을 모았다. 19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오타니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도 위력적인 공을 던졌지만, 오타니의 무시무시한 공을 경험해보니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8일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오타니를 상대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린 한국은 이어진 B조 예선에서 매서운 타격감을 보였다. 결과적으로는 오타니의 덕을 톡톡히 본 한국이다.


세리머니 최소화한 대표팀의 배려

한국은 프리미어 12를 치르면서 세리머니를 최대한 자제했다. 우승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WBSC 측이 선수들을 위한 ‘샴페인 리셉션’을 준비했지만,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은 “파리 테러 사태도 있고, 타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여서 과도한 세리머니는 자제했다”고 설명했고, 주장 정근우(한화)도 “선수들이 태극기를 챙기려고 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 야구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데 괜히 상대를 자극하는 과한 세리머니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투혼 발휘한 두산 선수들, 상금도 두둑

프리미어 12 우승팀 한국에는 총 100만달러(약 11억5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2위 미국은 60만달러(약 7억원), 3위 일본은 40만달러(약 4억6000만원)를 받았고, 4위 멕시코도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를 챙겼다. 대회 규정에 따라 우승상금 중 50%가 선수단에 돌아간다. 한국시리즈에 이어 프리미어 12까지 승승장구한 두산 선수들(8명)은 두둑한 보너스를 거머쥐게 됐다. 이뿐 아니다. KBO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 한해 ‘1군 등록일수’를 추가해주는 혜택을 준다. 민병헌, 양의지, 허경민 등 두산 소속 대표선수들은 FA 자격일수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 한국 우승 알고 있었다?

한국선수단장을 맡은 양해영 KBO 사무총장이 프리미어 12 우승을 정확히 예언해 화제를 모았다. 정작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8강이 목표”라고 했지만, 양 총장은 진작부터 확신을 갖고 있었다. 양 총장은 “좋은 징조가 많았다. 대회 직전 같은 골프장에서 일주일 차이로 샷이글을 성공했다”며 “맑은 물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도 꿨다. 꿈풀이를 해보니 재복이라고 하더라. 대표팀이 우승해 100만달러 상금을 받았으니 꿈대로 됐다”고 흐뭇해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한 전력분석의 힘

한국의 우승은 전력분석팀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 김현수(두산)도 “처음 대면하는 선수가 많았는데 전력분석팀이 노력해준 덕분에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안치용 KBSN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상 위주로 자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김시진 전 감독은 “다른 나라 자료를 구하느라 정작 한국 경기를 보지 못했다”며 웃고는 “전력분석 브리핑을 할 때 선수들의 눈빛부터 다르더라.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내용을 경청하는 것을 보고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투혼’ 발휘한 양의지의 몸 상태는?

두산 양의지는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나성범의 타구에 강타 당해 오른 엄지발가락이 미세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경기에 계속 출전했고, 두산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양의지는 프리미어 12에서도 한국의 우승에 앞장섰다. 가장 우려된 부분은 부상이었다. 그는 “한국에 가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도 “(부상당한 뒤) 한 달이 지났다. 이제 뼈가 붙은 것 같다. 잘못 붙은 건 아니지 모르겠다”고 농담하는 여유도 보였다. 조대현 대표팀 트레이닝 코치도 “골절이라도 2∼3주면 뼈가 붙는다. 한 달이 지났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 김성근 감독의 응원에 함빡 웃음 김인식 감독

한화 김성근 감독이 김인식 감독의 든든한 응원군을 자청했다. 대회 내내 문자 메시지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은 “4강에 올라왔더니 ‘역시 대단해. 이제 2경기 남았다’고 하더니, 일본전을 이기고는 ‘벤치 차이가 승부를 갈랐네요.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편하게 하시길 바라요’라고 보냈더라”며 껄껄 웃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표팀을 이끈 김인식 감독을 향한 김성근 감독의 진심 어린 응원도 한국의 우승에 일조했다.

도쿄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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