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팀 동료 황재균앞도 곧바로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포츠동아DB
롯데가 올해 두 번째 메이저리그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다. 포스팅을 통해 롯데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어가는 모양새다.
롯데는 KBO 역사상 최초로 한 해에 두 차례나 포스팅 공시를 요청한 팀이 됐다. 외야수 손아섭(27)의 포스팅이 ‘무응찰’이라는 결과를 남겼지만, 후순위로 정리했던 내야수 황재균(28)까지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또다시 절차를 밟게 됐다. 손아섭 포스팅 결과가 나오자마자 황재균의 의사를 타진하고 서류를 준비, 단 이틀만인 26일 KBO를 통해 MLB 사무국에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다.
준비가 부족했던 상황은 황재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일한 변수는 빅리그에 차고 넘치는 외야수가 아닌 내야수, 그것도 장타력을 가진 내야수라는 점이다. 이는 강정호(28·피츠버그)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홍보부족이라는 최대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힌 것도 시즌 뒤였다. 그동안 황재균에 대한 스카우트들의 관찰기록이 있을 수는 있어도, 고위층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프리미어 12’ 국제대회 한 번으로 극적인 반전은 힘들다.
이번 포스팅은 KBO리그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의 장벽과 사전준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포스팅에 성공한 강정호와 박병호(29·넥센)는 구단이 시즌 전부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고, 에이전트 선임까지 도왔다. 앨런 네로의 옥타곤월드와이드가 직접 이들을 챙긴다. 그러나 최근 포스팅에 도전한 선수들의 사례는 이와 다르다. 포스팅의 주체인 구단은 기본적으로 선수를 보내길 주저한다. 또 선수들 주변에 있는 국내 에이전트가 미국 에이전시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까운 얘기를 더 많이 접할 수밖에 없다.
롯데는 황재균 포스팅 역시 손아섭과 마찬가지로 결과가 나온 뒤에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납득할 만한 금액이 아니면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롯데는 두 선수의 포스팅을 진행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고 있다. 선수의 희망사항은 모두 들어주고, 구단은 할 도리를 다 했다는 평가. 1차 결과는 손아섭의 잔류였고, 황재균 역시 진출한다는 보장은 없다. 내년 시즌 전력 보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