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보기 힘들 ‘50홈런의 추억’

입력 2015-1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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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 한국프로야구에는 당분간 토종선수 중 50홈런을 때려낼 후보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3점홈런을 날리는 박병호의 모습.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박병호 부재가 의미하는 것들

거포중 누구도 넘지 못한 2년연속 50홈런
4번타자 떠난 자리 용병 의존도 커질수밖에

“굿바이, 박병호!”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박병호(29·넥센)는 초연했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하고 귀국길에 오른 22일 김포공항에서도, 최우수선수(MVP) 수상에 실패한 24일 KBO 시상식에서도 마음의 짐을 벗어던진 모습이었다. 우승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고, MVP를 받은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NC)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성숙한 모습이었다. 시즌 내내 예민했던 모습은 눈 녹듯 사라졌다.


● ‘박병호 부재’가 의미하는 것 ①50홈런의 공백

박병호는 1285만 달러(약 147억 원)의 포스팅 최고액을 써낸 미네소타와 연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옵션이 굉장히 많이 걸려 있어서 시일이 걸리는 것 같다”고 전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은 확정적이어서 당장 내년부터 KBO리그에서 뛰는 그의 활약을 지켜볼 수 없게 된다. 다음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최종 사인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재가 의미하는 것은 상당하다. 아무렇지 않게 지켜봤던 50홈런의 가치가 당장 내년부터 그리울 수 있다. 박병호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52홈런과 53홈런을 날리며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넘어섰다.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50홈런은 무려 11년 만이다. 직전에는 2003년 삼성 이승엽이 역대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쏘아올리고, 현대 심정수가 53홈런을 날린 바 있다. 50홈런이 다시 나오기까지 최다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2010년 롯데 소속으로 44홈런을 날린 이대호(소프트뱅크)였다. 그 외에는 30홈런 수준에서 홈런왕이 결정되기 일쑤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박병호의 가치가 도드라진다.

올해 각각 48홈런과 47홈런을 터뜨린 야마이코 나바로(삼성)와 테임즈가 뒤를 이을 후보로 주목 받지만, 국내선수 중에서는 박병호 같은 힘을 가진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올 시즌 홈런 부문에서 박병호에 이어 강민호(롯데), 최형우(삼성), 나성범(NC) 등이 각각 35홈런, 33홈런, 28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50홈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 50홈런을 넘기는 타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박병호 부재’가 의미하는 것 ②4번타자의 부재

4번타자는 전통적으로 한방을 갖춘 홈런타자가 맡아왔다. KBO리그에서 박병호와 테임즈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선수 가운데에서 박병호와 최형우 정도가 대표적인 4번으로 활약했다. 4번은 팀의 중심이다. 넥센과 삼성은 중심타자의 활약 속에 외국인타자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고, 안정된 타선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가 떠나면서 국내 선수 중 4번타자다운 4번타자는 최형우가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4번이 떠나간 자리를 외국인타자에게 맡길 계획이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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