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미국의 편견과 싸워야하는 박병호

입력 2015-1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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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스타트리뷴 등 홈런 동영상 부각 등 기대
일부 매체는 일본선수와 비교로 평가절하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는 박병호(29·넥센)의 놀라운 파워에 대해 미네소타 지역 언론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4일(한국시간) ‘스타트리뷴’ 인터넷판은 “프리미어 12 결승전 미국과의 경기에서 박병호가 엄청난 비거리의 3점홈런을 때리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박병호에게 홈런을 맞은 미국 대표팀 투수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더블A에서 뛰고 있는 브룩스 파운더스의 올 시즌 방어율이 2.19라는 점을 강조하며 박병호가 시속 85마일(137km)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해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마이너리그 선수지만 수준 미달의 투수가 아니라는 점을 애써 부각시킨 것이다. 박병호가 홈런 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도 올린 이 사이트는 “정말 위협적인 타자다. 박병호의 3점홈런으로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고 밝힌 윌리 랜돌프 미국 대표팀 감독의 인터뷰도 소개했다.

박병호의 협상 마감일은 현지 시간으로 12월 8일이다.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현지 언론은 박병호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스몰마켓 구단인 트윈스가 1285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기에는 박병호가 과대평가됐다는 반응도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실패한 니시오카 쓰요시 케이스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지난 2010년 니시오카는 지바롯데 소속으로 타율 0.346, 출루율 0.423의 눈부신 활약을 펼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팅 비용은 532만9000달러였고, 3년 총액 925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14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트윈스 구단이 투자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2년 동안 니시오카는 71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0.215(233타수 50안타)에 20타점에 그쳤다. 홈런은 단 한 개도 치지 못했고, 볼넷 16개를 고른 사이 삼진을 44개 당했다. 수비에서도 2루수로 출전해 76이닝 동안 실책 4개를 기록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났던 니시오카와 파워가 돋보이는 박병호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만 동양 야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일부 미국 팬들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한국산 거포에게 엄청난 돈을 들이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무명의 마이너리그 투수한테 뽑은 장거리 홈런은 별 의미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계약이 결렬돼 포스팅 비용을 되돌려 받았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있다. 이 같은 견해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는 말처럼 일본프로야구 엘리트 출신인 니시오카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2년 만에 쫓겨난 케이스 때문에 나온 우려로 볼 수 있다.

강정호가 성공했다고 해서 박병호도 잘 한다는 보장은 없다. 니시오카가 망쳤다고 해서 박병호도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잘못된 것이다. 일본프로야구의 거포 마쓰이 히데키가 미국에서는 중거리 타자로 평가 절하됐지만 KBO 홈런왕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파워가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박병호가 입증한다면 한국인 최초의 신인왕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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