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왜 웃느냐고요? 내게 용기 주기 위해서죠”

입력 2015-12-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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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데뷔 첫해 3승을 기록하며 한국선수로는 역대 9번째 신인상을 수상한 김세영이 30일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신인상 트로피를 들고 ‘셀피’를 찍고 있다. 사진제공|김세영

■ LPGA투어 2015 신인왕을 만나다

힘든 미국투어 생활 견디며 데뷔 첫 시즌 3승
두차례나 메이저 대회 우승기회 아깝게 놓쳐
올해 내 점수 83점…메이저 우승하면 100점
전설 잉스터·소렌스탐 앞에서 수상소감 짜릿


김세영(22·미래에셋)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 첫해 3승에 신인상까지 받아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일까? 김세영을 만나면 덩달아 엔돌핀이 솟는 것 같다. 11월의 마지막 날,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김세영과 마주한 1시간 동안 웃고 또 웃었다.


● 프로 데뷔 5년 만에 받아본 신인상

“트로피가 엄청 심플한 게 예쁘죠?”

신인상 트로피를 가지고 온 김세영이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깨알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김세영이 신인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받지 못한 신인상을 미국에서 받았어요.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김세영은 2011년 프로로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신인상은커녕 정연주, 이민영, 배희경, 장하나에 이어 신인상 랭킹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데뷔 후 2년 동안은 그저 그런 선수에 머물렀다. 투어에 출전하는 100여 명의 선수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김세영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3년이다.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9월 한화금융클래식에서 기적 같은 홀인원을 성공시키며 유소연을 꺾고 짜릿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이때부터 이름 앞엔 ‘대박소녀’ ‘기적의 소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LPGA 신인상은 김세영을 더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됐고, 동시에 더 큰 것을 깨닫게 했다.

“시상식을 위해 많이 준비했어요. 코스에서는 그저 많은 선수 중 한명에 불과하지만 시상식에서 만큼은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꿈을 꾸며 이 자리에 왔는지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이기에 며칠이나 준비했죠.”

20일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1라운드가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김세영은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무대에 섰다. 그리고 많은 청중들 앞에서 수상 소감을 연설했다.

“지금도 그 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무대에 섰을 때 맨 앞줄에 자리하고 있는 줄리 잉스터 그리고 안니카 소렌스탐과 눈이 마주쳤어요. 저를 바라보고 있었고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 기대하는 눈빛이었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설적인 선수들과 눈빛을 교환하면서 전율이 느껴졌어요. 이어 연설을 하는 동안 내 얘기를 듣고 있는 청중들의 태도와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는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런 위대한 선수들 앞에 내가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스러웠고 신이 났어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3승 만족, 메이저 우승 놓친 건 아쉬워

지난 1년. 김세영은 쉬지 않고 달려왔다. 개막전에서 컷 탈락했을 때만해도 불안했지만 바하마클래식 우승으로 한방에 분위기를 바꿔 놨다. 4월에는 롯데챔피언십에서 두 번이나 기적 같은 샷을 성공시키며 박인비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막판 블루베이LPGA까지 3번이나 LPGA 정상에 오른 그는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내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김세영이 자신에게 준 점수는 불과 83점. 모자란 17점은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김세영은 ANA인스퍼레이션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두 차례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

“목표했던 모든 걸 이뤘으니 100점을 줘도 되겠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어요. 그러니 83점만 주고 싶어요.”

부족한 17점 안에는 메이저 우승과 함께 내년을 위한 다짐도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다. 김세영은 현재 세계랭킹 7위다. 지금의 순위를 유지하면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지만 양희영, 전인지, 김효주 등 뒤쫓아 오는 선수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안심할 수 없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아요.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없는 건 아니잖아요. 힘든 과정을 지나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면 성취감이 더 크지 않을까요. 자신 있어요.”


“성공? 더 높이 올라가야죠”

“왜 웃느냐고요? 웃지 않으면 울어야 하는데 그럼 너무 슬프잖아요.”

“왜 그렇게 웃느냐”는 질문에 김세영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외롭고 힘들다는 말이었다. 29일 부산에서 열린 챔피언스트로피가 끝난 뒤 기자회견 도중 잠시 울음바다가 된 사건이 있었다. 김세영과 함께 루키 시즌을 보낸 백규정이 미국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순간 울음바다가 됐다. 김세영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미국에서 생활해본 선수라면 무엇이 그리고 얼마나 힘들지 알거예요. 그래서 저도 십분 공감이 갔고 (백)규정이가 우는 모습을 보니 감정이 복받쳐 올랐죠.”

김세영이 늘 웃음을 잃지 않는 건 힘든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미국에서 보낸 1년은 김세영을 강한 선수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큰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 됐다.

“지금까지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직 보지 못했던 것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이제 시작이죠.”


김세영은 누구?

1993년1월21일생/ 2011년 KLPGA 입회/ 2013년 KLPGA 롯데마트여자오픈 한화금융클래식 메트라이프KLPGA챔피언십(3승)/ 2014년 KLPGA우리투자증권챔피언십 MBN여자오픈(2승)/ 2015년 LPGA바하마클래식 롯데챔피언십 블루베이LPGA(3승) 신인상, 세계랭킹 7위, 상금랭킹 4위(182만56달러)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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