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챌린지 3년 만에 ‘클래식 승격’ 꿈 이루다

입력 2015-12-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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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꺾고 내년 시즌 K리그 클래식 승격을 확정한 수원FC 선수들이 원정 서포터스를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FC는 K리그 승강 PO 2연승으로 기적을 연출했다. 구덕|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결산

2015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의 승자가 가려졌다.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 PO 2015’ 2차전에서 챌린지(2부리그) 최종 2위 수원FC가 부산 아이파크를 2-0으로 꺾고 2일 벌어진 홈 1차전 1-0 승리를 포함해 합계 스코어 3-0으로 내년 클래식(1부리그) 무대로 승격했다. 경기 후 수원FC 선수들이 버스 17대를 타고 내려온 500여 원정 팬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던 순간, 기업구단 최초로 클래식에서 챌린지로 강등이 확정된 부산 선수단은 구단주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홈 관중으로부터 엄청난 야유와 물병 세례를 받았다.<편집자 주>


■ 수원FC가 보여준 ‘승리 DNA’

매 경기 결승…조덕제 감독 리더십 돋보여
수원시, 내년 예산 100억원 집행 약속 기대


클래식을 향한 수원FC의 꿈은 이뤄졌다. 내년 시즌 전통의 명문 수원삼성과 치를 ‘수원 더비’는 보너스.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시나리오에 수원FC 조덕제(50) 감독은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다”며 감격해했다.


● 열정의 다윗


수원FC에 ‘PO’라는 단어는 없었다. ‘매 경기가 결승’이었다. 특히 서울 이랜드FC와의 챌린지 준PO를 준비할 때의 긴장감은 대단했다. 조 감독은 “적어도 신생팀보다는 잘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고, 그렇게 됐다. 챌린지 PO에서 대구FC마저 꺾자, 수원FC 앞에는 클래식 11위 부산만이 남아있었다.

홈과 원정에 맞춰 다른 준비를 했다. 꼭 이겨야 할 1차전에선 분석, 2차전에선 자신감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조 감독은 승강 PO 1차전에서 부산의 코너킥이 0회였다는 점을 제자들에게 주지시켰다. 조 감독이 2차전을 앞두고 “그만큼 우리의 압박이 좋았다는 의미”라며 다독이자, 수원FC 선수들은 또 춤을 췄다. 2차전은 분위기부터 달랐고, 후반 2골로 승격팀의 자격을 과시했다.


진짜 프로를 향해!

실업무대부터 수원FC를 이끌어온 조 감독을 향해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는 “많이 부족하다”며 몸을 낮췄다. 자파, 시시, 블라단 등 용병 3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원FC 선수들이 아직은 성장 단계라는 의미다. 조 감독은 “아직 여러 가지를 챙겨줘야 한다. 훈련과 회복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실업 시절부터 이어진 수원FC의 ‘승리 DNA’는 여전했다. 프로 진입 후 꾸준한 물갈이로 실업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이 4명에 불과하나 ‘이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체력도 주 3회씩 해온 개인훈련으로 자신 있었다. 최근 2주 동안 사흘에 1경기씩 이어진 살인일정도 걱정 없었다.

이제 수원FC의 시선은 내일을 향한다. 다시 현실이다. 매년 승격팀이 재강등됐다. 임대 복귀, 군 입대 등으로 베스트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바뀐다. 사실상의 새 판 짜기. 다행히 시 차원에서 지금의 2배인 100억원의 예산 집행을 약속했다. 나름의 알찬 보강이 가능해졌다. 조 감독은 “클래식 준비는 이제부터다. 생존을 위해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 부산 아이파크 ‘축구명문의 몰락’

경기력·의지 낙제점에 흉흉한 소문까지
기업구단 첫 강등 불명예…흥행도 참혹


부산에 2015년은 영원히 기억될 쓰라린 시간이 됐다. ‘기업구단 첫 강등’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K리그 우승팀 첫 강등’의 암울한 역사도 썼다. 부산 최영준(50) 감독은 거듭 “죄송하다”며 침통해했다.


흔들린 위상

구덕운동장은 ‘부산축구의 성지’다. 전신인 대우 로얄즈 시절, 이곳에서 4차례나 K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런 곳에서 목숨 걸린 한 판을 치렀으니…. 그럼에도 강등은 예고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정규리그 38경기에서 딱 5번 이겼고, 마지막 승리의 기억은 7월 26일이다. 승강 PO 1차전 0-1 패배로 부산의 생존 확률은 크게 낮아졌다. 올 시즌 2골 이상 넣은 것은 고작 5경기, 그나마 2승1무2패였다.

부산은 ‘대행’까지 포함해 올 들어 3명의 사령탑을 앉혔다. 윤성효 감독→데니스 대행에 이어 10월 중순 최 감독이 부임했다. 그러나 반전의 여지는 없었다. 절체절명의 승강 PO 2차전을 앞두고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유일한 변화는 올 시즌 4경기 출전에 그친 외국인 공격수 빌의 투입. “각오는 했는데 막상 와보니 (문제점이) 낙수가 아닌, 폭포수처럼 쏟아지더라”는 최 감독의 하소연은 서글프기까지 했다.


실패한 문화

성적이 보여주듯 부산은 프로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낙제점의 경기력에 의지도 없었다. 최 감독은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제 몫을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영건들이 기회를 잡았으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규리그 막바지부터 불편한 소문이 많았다. 몇몇 주축들의 이적 루머. 사실 여부를 떠나 팀 성적에 아랑곳하지 않는 기류에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은 당연지사.

흥행에도 실패했다. 정규리그 홈 관중은 총 6만3400여명, 평균 3300여명(전체 10위)에 불과했다. 승강 PO 2차전은 전면 무료로 개방했다. 그럼에도 곳곳의 빈 자리는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불과 6000여명이 홈팀의 강등을 지켜봤다. 축구가 부산에서 진정한 문화 컨텐츠로 인정받지 못함을 입증한 장면. 화려한 옛 추억만 되새기기에는 갈 길이 너무 먼 부산이다.

구덕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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