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훌쩍 큰 정지석, 수비달인이라 전해라

입력 2015-12-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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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지석이 프로 데뷔 3시즌째를 맞아 기량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 세트 평균 6.015개의 리시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3시즌 평균 리시브 ‘1.689개 → 2.806개 → 6.015개’

대한항공 입단 3년만에 수직상승
곽승석과 최강 리시브 라인 우뚝


V리그 역대 최강의 리시브 라인은 삼성화재 석진욱-여오현 콤비였다. 두 사람이 버티고 있으면 어지간한 상대는 그 포스에 눌려 쉽게 서브를 넣지 못했다. 리시브를 잘하는 선수는 디그도 잘한다. 배구는 공격을 많이 하는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공을 먼저 코트에 떨어트리지 않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그래서 2명의 ‘수비 달인’은 많은 우승을 일궈냈다.

2001년 실업배구 신인드래프트에서 1·2라운드 순번을 가졌던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LG화재가 홍익대 여오현을 3라운드까지 남겨준 것이 ‘삼성화재 왕국’을 만들어준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여오현이 지명 받지 않고 3라운드로 넘어오자 신영철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여)오현이 잡았다”며 기뻐했다. 신 감독은 “우리 공격이 상대보다 세트당 한 점을 더 낼 수 있지만, 여오현이 오면 실점도 하나 줄어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삼성화재가 OK저축은행에 무너진 것은 서브리시브 탓이었다. 삼성화재는 석진욱-여오현의 공백을 실감했다. 이강주(곽동혁), 류윤식이 OK저축은행의 강한 서브에 흔들렸다. 리시브가 불안한 삼성화재의 공격은 기초가 흔들리는 구조물 같았다. 반면 OK저축은행 리베로 정성현은 포스트시즌에 들어서자 ‘인생 경기’를 연속으로 펼치며 우승으로 가는 길을 탄탄히 닦았다. 삼성화재는 ‘서브 폭탄’을 퍼부을 대상으로 리시브 순위 8위 정성현을 선택했지만, 의외로 정성현이 버텨주면서 송희채(리시브 순위 5위)로 타깃을 바꾸는 등 우왕좌왕했다. 리시브에 강점이 있는 송희채는 삼성화재의 목적타 서브를 오버헤드로 잘 받아서 이민규에게 패스했다. 여기서 두 팀의 운명이 갈렸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리시브 톱5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선두는 대한항공 정지석(사진)이다. 세트 평균 6.015개의 리시브를 기록하고 있다. 리시브가 성공률에서 세트 평균으로 바뀐 2008∼2009시즌 이후 세트 평균 6개를 넘긴 사상 2번째 선수다. 첫 번째는 2013∼2014시즌 대한항공 곽승석이다.

그동안 대표팀 단골 윙리시버였던 곽승석의 보조 역할이었던 정지석은 프로 입단 3년째를 맞아 기량이 급성장했다. 송림고 졸업반으로 신인드래프트에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면 최근의 괄목상대는 놀랍다. 당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정지석의 수비력을 보고 내심 지명을 노렸지만, 바로 앞 순번의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이 냉큼 채갔다. 지금도 삼성화재 신치용 단장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가능성이 있어 한 번 키워보고 싶었다”던 김 감독의 바람 이상으로 정지석은 숨겨뒀던 기량을 일찍 드러냈다. 최근 3년간의 리시브 기록 변화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1.689개→2.806개→6.015개로 수직상승했다.

정지석의 성장 덕분에 대한항공은 플레이의 편차가 줄어들었다. 어떤 상대와 붙어도 팀이 가진 최소한의 기본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정지석이 안정적으로 서브를 받아 세터 한선수에게 올려주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최부식, 곽승석과 함께 최강의 리시브 라인을 갖춘 대한항공과 어깨를 겨룰 만한 팀은 송희채, 정성현의 OK저축은행뿐이다. 공격은 관중을 기쁘게 하지만, 수비는 감독을 기쁘게 한다. 누가 공을 잘 받느냐를 보면 시즌의 성패가 보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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