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준하, 필름 카메라처럼 섬세한 ‘달이 말라가는 저녁’

입력 2016-02-04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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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하, 사진|테이블사운드

싱어송라이터 박준하의 정규 1집 ‘달이 말라가는 저녁’는 필름 카메라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단순히 주위에 어딘가 하나쯤 있을 법도 한데 막상 찾아보면 찾기 힘든데다가, 어떻게 촬영을 하고 인화를 하는 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섬세함 등이 그렇다.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이라는 그린다는 독특한 발상은 흔하디흔한 ‘사랑’을 소재로 하면서도 진부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하나하나 섬세한 손길이 담긴 10곡이 어우러져 하나의 근사한 앨범을 만들어내고 있다.

‘달이 말라가는 저녁’에 대해 박준하는 “앨범 주제는 사랑인데, 진부하지 않은 사랑노래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달이 말라가는 저녁’에서 ‘말라가는’에 포인트가 있다. 앨범 전체적으로 (사랑이)식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다 담겼다”라고 설명했다.

주제가 사랑이 식어가는 데에 맞춰진 만큼 자칫 너무 무겁고 어두운 앨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될 수도 있지만, 팝적인 사운드와 디스코 리듬과 같은 의외의 장르를 이용해 우울함을 상쇄시키고 있다.

또 담담하지만 섬세한 감정표현은 박준하만의 감성이 어떤 것인지를 더욱 명징하게 해준다.

박준하는 “사실 작년 11월에 내려고 목표했었는데, 발매가 계속 연기돼 새해로 넘어오게 됐다”며 “이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게 내가 한 번에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되는 사람이 아니더라. 또 성격이 좀 예민해서 한 번 실수를 하면 오래간다. 나 말고는 다 작업이 잘 진행됐는데, 나 때문에 후반작업이 좀 시간이 걸린 것 같다”라고 노래에 담긴 섬세함의 근원을 밝혔다.

이어 박준하는 “상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유행하는 스타일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좋은 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작업을 했다”며 “일단 결과물은 내 마음에 드는데, 몇몇 곡은 분위기가 너무 밝아서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다. 이런 곡은 나중에 싱글로 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준하, 사진|테이블사운드


박준하의 이번 앨범이 재미있는 점은, 으레 ‘경험담이 겠지’라고 생각할 법한 내용이지만 박준하의 경험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준하는 “나는 경험담을 잘 못쓴다. 오히려 픽션을 더 잘 쓴다. 경험담을 쓰면 그걸 미화하는 작업을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한다”라고 밝혔다.

또 ‘몰라서 하는 말’, ‘우리는 해피엔딩처럼 만났었지만’, ‘잘못된 안녕’이 트리플 타이틀로 결정됐지만 앨범의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주제를 담은 곡은 ‘Moondry Evening’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박준하는 “타이틀곡은 동료들과 상의한 끝에 그렇게 정해졌다. 아무래도 기타리스트 출신이다 보니까 그런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곡으로 하자는 의견이었다”라며 “또 내가 앨범 작업을 하다보니 ‘어떤 곡이 어떻다’하는 전략적인 부분에서 분별력이 좀 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Moondry Evening’이 ‘달이 말라가는 저녁’의 중심 줄기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박준하는 “‘달이 말라가는 저녁’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Moondry Evening’을 내 마음대로 해석한 곡이다”라며 “‘Moondry Evening’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6분에 가까운 대곡이다. 그러다보니 싱글로 낼 수도 없었고, 이곡을 보여주기 위해 앨범을 만들었다. 이곡을 중심으로 곡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또 박준하는 ‘Moondry Evening’이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하게 영어가사로 돼있는 것에 “가사를 한글로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영어로 썼을 때의 느낌이 나지 않아 그냥 뒀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이 곡은 군대있을 때 만들어둔 곡으로 굉장히 오래된 곡이다. 군대에서는 사람도 없고 휴대폰도 없으니 스스로를 투명하게 바라 볼 수 있다. 혼자서 공상을 잘하는 편인데, 이번 앨범 수록곡도 절반이상은 군대있을 때 만든 곡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약간은 쓸쓸하고 어두운 음악스타일이 군 생활에서 비롯된 건가 했더니, 박준하는 “나는 밝은 느낌을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들을 때 좀 어두워 하는 것 같다. 나중에 싱글로 나올 곡들은 누가 들어도 밝은 느낌이다”라며 웃었다.

박준하, 사진|테이블사운드


이처럼 싱어송라이터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박준하지만, 그는 기타리스트로서 활동경력이 더 길다.

박준하는 “처음에는 노래를 하고 싶어서 기타를 잡았다. 통기타 반주에 팝송 부르는 게 멋있어서 교회에서 악기를 처음 잡았다. 그런데 하다보니 노래를 잘 못해서 기타로 너무 멀리 가버렸다”라고 음악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그래도 서른쯤에 자신의 이름이 걸린 음반 한 장을 내고 싶었다는 박준하는, 스스로의 노래실력에 대해서는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조금 뻔뻔해진 거다. 쑥스러움이 사라졌다”라고 평가했다.

이제는 어엿한 싱어송라이터 박준하이지만, 주업이었던 기타리스트로서의 커리어를 단절시킬 생각은 없다. 다만 첫 정규앨범을 작업하면서 취미와 주업이 뒤바뀐 면은 있다.

박준하는 “첫 앨범을 내고나서 신변이 급속도로 바뀐 감이 있다. 원래는 기타리스트로서 활동을 유지하면서 짬 날 때 노래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취미와 주업이 뒤바뀌게 됐다. 짬이 나야 연습을 하든가하는데, 오히려 연주 연습을 못하게 됐다. 연주와 관련된 일이 들어와도 거절하는 상황도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즉각적인 재미는 연주가 더 크다. 즉흥적인 요소가 있어서 그렇다. 그런데 음반을 만들고 노래를 만드는 게 (만들 땐)괴롭긴 한데 크게 보면 즐겁다. 둘 다 재밌는 거 같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재밌다”라며 “시간을 오래두고 연주자 겸 프로듀서가 앞으로 희망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여러 가지를 시도한 것도 있다”라고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모두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이에 혹시 아예 밴드를 결성해 활동할 생각은 없는지를 묻자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하는데, 그걸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하고 싶다. 그렇다고 어떤 음악을 해야 하고, 그런 거는 아직 모르겠다. 그냥 싱어송라이터 박준하는 두고, 또 다른 밴드로서의 음악을 추구하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박준하는 정식 밴드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는 연주 동료들에 대해 “그 친구들과 좋은 공연장에서 같이 공연하고 싶다. 정식 밴드는 아니지만 거의 멤버 변동이 없었고, 이번 앨범에서도 없었다. 같이 시작한 친구들과 좋은 날 맞이하고 싶다. 좋은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깊은 고마움을 드러냈다.

또 앨범의 8번 트랙 ‘Siesta’의 피처링에 참여한 옥상달빛의 김윤주에 대해서도 “김윤주가 학교 동기다. 그래서 섭외한건 아니고, 인맥을 떠나 목소리만 수집해 후보를 정했고, 요청을 하자 흔쾌히 응해줬다. 녹음도 한 시간 안돼서 후딱 끝나버렸다”라며 “‘Siesta’가 애착은 가는데 빵 터지는 부분이 없다. 어떻게 살려볼까 고민하던 중에 김윤주가 참여해줘서 의도한대로 나올 수 있던 것 같다”라고 이번앨범에 유일하게 피처링진으로 참여한 김윤주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새해와 설을 맞이하는 순간 첫 정규앨범을 낸 만큼 마지막으로 신년 소원을 묻자 박준하는 “이 앨범을 통해 다음 앨범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몇 년이 걸려 만들어도 음원 차트에서는 며칠 만에 사라지지 않나. 이 앨범이 다음 앨범에 대한 구상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뼛속까지 음악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한편 박준하는 2월 13일 홍대 벨로주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한다.

박준하, 사진|테이블사운드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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