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라인드라이브 히터…구장 특성상 홈런보다 장타력

입력 2016-02-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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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특 이대호. 스포츠동아DB

■ 시애틀 관점에서 본 이대호는

한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의 ‘쇼케이스’였다. 당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조별예선이 열린 대만에서 일본의 마에다 겐타(LA 다저스)를 비롯해 한국의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등을 관찰했다. 이중에는 스카우팅 파트의 책임자급을 파견한 구단도 있었다. 물론 수뇌부의 시선은 마에다가 등판하는 경기에 집중됐다. 반면 극동지역을 담당하는 현지 스카우트들은 한국을 비롯해 마이너리거들이 나선 미국이나 중남미 국가의 경기를 꾸준히 지켜봤다. 시애틀의 대만·중국 담당 스카우트인 샘 카오 역시 한국 경기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영상을 찍고 리포트를 작성했다.

당시 해당 스카우트는 특정선수를 관찰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도 방문해 이대호(34)에 대해 잘 안다며 “좋은 선수다. 박병호와는 다른 스타일의 파워히터다. 콘택트 능력이 좋고 효율적인 야구를 한다. 홈런 외에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날릴 수 있는 라인드라이브 히터다”고 평가했다.

그의 평가에서 시애틀의 관점을 유추할 수 있다. 시애틀은 이대호와 스프링캠프 초청 자격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이미 넬슨 크루스(36)라는 최고의 지명타자가 있고, 비시즌에 좌타자 애덤 린드(33)를 데려와 1루수 자리도 채웠다. 린드와 함께 플래툰으로 나설 우타자 헤수스 몬테로(27)도 있다. 굳이 이대호에 목맬 필요성이 없는 구단이다. ‘보험용’ 성격이 짙은 영입이다.

그러나 시애틀은 이대호의 남다른 타격 스타일에 주목했다. 그는 전형적인 파워히터와 달리 힘에 의존하기보다는 콘택트 능력과 부드러운 스윙을 바탕으로 장타를 생산하는 스타일이다. 베이브 루스 같은 거포가 등장하기 전 메이저리그 초창기 홈런 생산이 많았던 ‘라인드라이브 히터’들과 흡사하다.

시애틀의 홈구장 세이프코필드는 대표적인 투수친화적구장이다. 좌측 담장까지 101m, 가운데 담장까지 122m, 우측 담장까지 99m로 잠실구장(좌·우 100m, 가운데 125m)과 크기가 비슷하다. 여기에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깊숙한 외야 펜스까지 거리는 123m이고, 좌중간 115m, 우중간 116m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또 비 오는 날에만 지붕을 닫는 개폐식 돔으로 지붕이 열렸을 때는 바닷바람의 습기로 타구가 멀리 뻗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44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오른 크루스도 홈(17개)보다 원정(27개)에서 많은 홈런을 생산했다. 팀 입장에선 홈런에서 손해를 보는 전형적인 파워히터보다는 정확성을 앞세워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날릴 수 있는 라인드라이브 히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이대호의 느린 발은 약점이 될 수 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라인드라이브 히터의 장점을 확실하게 어필하는 것이 빅리거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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