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의 그린다이어리] 해외 전훈지에서의 설날…떡국 먹고 또 훈련

입력 2016-02-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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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 중 동료들과 연습경기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남겼다. 미국 팜스프링 테라라고 골프장 전경 사진과 캐디,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식사시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프로골퍼 이보미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렸을 때 많이 듣던 동요인데, 나에겐 언제부터인가 특별함이 없어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아니 훈련장에서 설을 맞고 있다. 이렇게 설날을 외국에서 보낸 게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서 13살 때부터 겨울이면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시작했으니 벌써 14∼15년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만큼 설날에 대한 추억도 희미하다. 어렸을 때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른들께 세배도 하고 용돈을 받았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기는 하지만 그 역시 또렷하지는 않다.

한국은 매우 춥다는 일기예보를 봤는데 훈련 중인 미국 팜스프링은 한 낮에 반팔을 입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설날이라는 느낌이 더 들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설에는 맛있는 떡국도 한 그릇 먹었다. 우리들을 위해 멀리 미국까지 따라오신 조범수 프로님의 사모님께서 직접 떡국을 끓여주신 덕분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매일 저녁 우리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국에서, 그리고 함께 동고동락하는 동료들과 다 같이 나누어 먹은 떡국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런 기분은 나뿐 아니라 겨울을 외국에서 보내고 있는 골프선수라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어느덧 내 나이도 29살이 됐다. 아∼ 점점 다가오는 30대가 슬프기만 하도다. ㅠㅠ 30대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하고 은근 기대되네 ㅋㅋ

설날이었지만 내 앞에 놓여 있는 건 훈련 일정표뿐이다. 떡국 한 그릇으로 시작한 설날엔 팀 매치가 열렸다. 함께 훈련하는 동생들과 팀을 나눠 대항전을 했다. 하얀색으로 옷까지 맞춰 입고 나름 준비를 했던 덕분일까. 우리 팀이 3타 차로 이겼다. 별것 아닌 경기지만 이겼다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이다. 옷까지 맞춰 입고 나온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ㅋㅋ

시간이 참 빠르다. 어느덧 훈련도 막바지다. 열흘 정도도 남지 않은 것 같다. 조금씩 스윙도 완성되고 원하던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까지 더 열심히 해야지∼∼

팜스프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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