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롯데구단 300억 유상증자는 투자 신호탄

입력 2016-02-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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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회장. 사진제공|롯데

롯데 신동빈 회장. 사진제공|롯데

“야구단에 신경 쓰겠다” 신동빈 회장의 약속
전력보강·팬서비스 강화…이미지 개선 탄력


롯데 자이언츠는 24일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구단운영비용 증가 및 구장시설 개선에 따라 투자자금 확보의 필요성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증자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여 구단운영의 효율성 증대를 목적으로 한다”라고 발표했다. 롯데 야구단 창단 후 구단 사상 첫 유상증자를 통해 300억원의 자금이 보강된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따지자면 모그룹의 긴급수혈을 받을 정도로 야구단의 재정이 악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야구 비즈니스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선수몸값이 폭등해 야구단 살림이 휘청인다’는 차원을 넘어 롯데그룹 야구단 운영 전략의 대전환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0억원 유상증자를 어떻게 바라볼까?

롯데 야구단이 쪼들리는 것은 사실로 볼 수 있다. 장사는 잘 안 됐는데 선수단운영비는 치솟았기 때문이다. 일견 무책임한 경영처럼 비쳐지지만 인과관계를 바꿔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롯데그룹 차원에서 야구단의 중요성을 ‘이제야 느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제투자를 해서 성적을 올리고, 팬을 끌어 모아야 롯데그룹 이미지가 올라갈 수 있다는 지향성이다.

현재 공시된 롯데의 2014년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오히려 2013년에 비해 선수단 운영비를 30억원 이상 절감했다. 과거 롯데는 이런 식이었다. 어떻게든 쥐어짜서 소폭흑자를 내든지, 적자를 줄였다.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장원준 등 숱한 자체 프리에이전트(FA)를 잃었다. 단지 베팅싸움에서 졌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의 정이 떨어지게 만드는 인색함이 야구단 안에 있었다. 뒤집어보면 그동안 1982년 창단 이래 유상증자를 안 한 것 자체가 롯데의 팍팍함을 드러낸다. 이제 2015년 출범한 새 롯데 프런트 수뇌부는 ‘손익분기서’에 연연하는 노선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300억원 유상증자를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 롯데의 진정한 투자는 이제부터

롯데야구단의 지배구조를 보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음료가 30%씩 점유하고 있다. 야구단 주수익원인 광고수입도 여기서 대부분이 들어오는 구조다. 롯데그룹은 이 지분율에 변화를 주지 않고, 증자를 실행했다. 게다가 원금을 갚아야 하고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차입금이 아니라 롯데 야구단이 알아서 쓰면 끝나는 유상증자 형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판단 없이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야구단에 신경 쓰겠다”는 신 회장의 약속이 지켜지기 시작한 것이다.

300억원의 실탄이 들어오면 롯데는 향후 전력 보강과 야구장 팬 서비스 강화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야구팬과 국민들이 롯데그룹을 바라보던 관념을 확 바꿀 수 있는 상징적 장치로 롯데야구단이 기능할 수 있다. 300억원 유상증자는 ‘이왕 야구단을 할 거면 제대로 하겠다’는 롯데그룹의 무언의 선언이라고 긍정적으로 봐줄 여지도 있다.

미야자키(일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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