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고은 “홍설 ‘사자머리’, 사랑스러울거라 확신”

입력 2016-03-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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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TV에 제가 나온다는게 신기해요.”

첫 드라마 출연 소감을 묻자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TV 속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다.

김고은은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매력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홍설’ 역을 맡아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김고은은 처음 홍설 역에 캐스팅 되던 때를 회상하며 “은교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겁이 좀 나기도 했고 드라마를 처음 한다는 게 막막했어요, 처음 제의가 왔을 땐 스케줄이 겹쳐 고사했었는데 그 후에도 머릿속에서도 계속 떠오르는 거예요. 어떻게 연기를 하겠다는 게 저절로 그려졌죠. 내가 이걸 해야 하는 건가 싶었고 피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그렇게 많은 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했지만, 캐스팅 직후부터 원작의 극성 팬인 일명 ‘치어머니’들의 쓴소리가 시작됐다. 캐릭터 싱크로율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김고은은 원작에 갇히기 보다는 ‘김고은표 홍설’을 만들자는 선택을 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어요. 원작을 참고했지만 원작과 똑같이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캐릭터가 한정 될 거라 생각했죠."

‘김고은표 홍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쓴 건 ‘사랑스러움’이다.

“설이는 날카로움도 있고 예민함도 있지만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가 포인트였어요.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남자들에게 동시에 사랑받는데 현실감이 느껴지려면 이 캐릭터는 누가 봐도 좋아할 수 있는 인물이여야 했죠.”

실제로 ‘치인트’가 방송된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랑스럽다”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영화에서 주로 강한 눈빛의 무거운 역을 주로 해왔던 터라 “예상외의 모습이다” “김고은의 재발견”이라는 평도 많았다.

“가장 내 나이에 가까운 역할이고 일상의 공감을 많이 살 수 있는 감정선들 이라서 현실감 있게 느끼면서 연기했어요. 영화는 장르영화들이 많고 사랑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드라마를 통해 그런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거죠. 그 시기에만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 있는건데 20대 중후반에 20대 초반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나 참 영광이고 다행이에요.”

그런 홍설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시켜준 것은 바로 그의 패션과 일명 ‘사자머리’라 불리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이었다.

“웹툰에서 가지고 오고 싶었던 게 머리랑 패션이었어요. 처음에는 사자머리에 거부감을 느끼셨지만 전 ‘볼수록 사랑스러울 거다’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머리가 홍설 패션을 좀 더 특별하게 해주는 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김고은의 예상은 적중했고 드라마 속 홍설의 편안한 듯 하면서도 감각적인 캠퍼스 패션은 ‘20대 여대생들의 워너비’ 라 불리며 호응을 얻고 있다.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긴 머리를 위해서 피스를 붙인건데 수시로 빗어줘야 했어요. 안그러면 자기들끼리 뭉쳐서 완전 뽀글뽀글한 파마가 되어 버리는 거예요. 극 후반에는 관리하는 법을 터득해서 자리를 잡고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누구보다도 애정을 가지고 만들어낸 홍설이었지만 예민하고 섬세한 홍설과는 다르게 실제 성격은 무덤덤한 편이라 캐릭터가 100% 공감이 되었던 것만은 아니였다. 특히 극 중 홍설을 괴롭히는 일명 ‘발암’ 캐릭터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때는 울화통이 치밀었다.

“다영이라는 인물이 가장 현실 속에 있을법한 캐릭터니까 더 감정이입이 돼 밉상으로 보였어요. 근데 설이는 다영이한테는 한번도 소리 지른 적이 없죠. 한번은 설이 계속 당하니까 너무 화가 나서 감독님한테 ‘싸우는 신 좀 넣어주세요’ 할 정도였어요. 실제 저였다면 참기 보다는 한마디 했을 것 같아요.”

극 중에서 남자친구 유정을 비롯해, 백인호, 권은택 등 훈남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홍설, 실제 이상형은 셋을 섞어 놓은 모습이면 좋겠다고.

“유정의 다정함. 인호의 친구 같은 편안함. 은택이의 솔직함을 가져왔으면 좋겠어요. 외모는 누구여도 상관없어요. 셋 다 키도 크고 잘생기고 셋 다 좋아요. 욕심인가요.(웃음)”

영화와는 다르게 한 회 한 회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드라마이니만큼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과 질타를 받았다. SNS엔 외국인 팬도 많이 늘었다.

“설이를 많이 사랑해주신 것에 감사해요. 악플도 그냥 보는 편이에요. 악플이고 칭찬이고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고 해요. 일일이 신경 쓰면 감정 기복이 커지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려고 하죠.”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쉼 없이 달려온 그는 내달 영화 ‘계춘할망’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휴식을 취하며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싶다는 그녀를 브라운관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솔직히 밤샘과 쪽대본 같은 생방촬영은 자신도 없고 작품 퀄리티도 보장을 못해서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잠시 멈칫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스탭이나 배우 모두가 좋은 작품을 위해서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이라면 드라마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ㅣ장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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