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태균 수석코치, 악역을 맡은 자의 책무

입력 2016-03-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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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태균 수석코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태균 수석코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에서의 목격담이다. 롯데 김태균 수석코치(45)가 마운드에 오르자 타자들의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라이브배팅을 치러 배팅케이지에 들어선 타자들을 위해 배팅볼을 던져준 김 코치의 공이 너무나 치기 까다롭다는 투정이었다. 김 코치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불펜에서 꽤 오래 볼을 던져 어깨를 풀고 등판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줬다. 김 코치의 이런 ‘깐깐함’은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가고시마를 거친 롯데 캠프에 긴장감을 불러오는 효과를 줬다.

조원우 감독이 “기본만 지키면 간섭하지 않는다”고 선언해 선수들을 심적으로 편안하게 해줬음에도 해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김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치들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시즌을 8위로 마친 뒤, 코치들을 대대적으로 경질했다. 팀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코치들이 전임 감독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강한 질책이 배어있다. 장종훈 타격코치와 주형광 투수코치를 제외한 상당수 코치가 물갈이됐다. 그리고 관심을 모았던 수석코치로 삼성 2군 수비코치 출신인 김 코치를 영입했다.

조 감독과 동갑인 김 코치가 롯데 수석코치로 발탁된 것은 내야수비 전문이라는 경력과 더불어 강성 캐릭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 코치들에게 부족했던 쓴소리를 건넬 수 있는 ‘악역’을 맡아주면 조 감독과의 역할분담이 이상적이라고 본 것이다.

롯데의 고질인 내야수비를 개선하는 작업에도 김 코치는 관여하고 있다. 오승택을 유격수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조 감독도 “올해 수비가 좋아질 것”이라고 긍정의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수석코치라는 보직은 어쩌면 애매한 자리다. 그러나 감독과 타 코치, 감독과 선수의 소통을 위해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기능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롯데 선수들과 김 코치와의 화학작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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