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취재진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어제(22일)만 해도 홀가분하고 시원하기만 했는데 하루 만에 맘 한구석이 뻥 뚫린 듯 허전하다”며 “‘직장인들이 오랜 생활 끝에 갑자기 쉬면 이런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하다. 배우로서 이렇게 한 작품을 길게 한 적이 처음이라 그런지 기분이 묘하다. 시원하기만 하진 않다. 허하고 외롭고 그런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당시에 참 힘들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투의 시간이 정말 마무리가 됐다. 섭섭함 2%, 98%의 시원한 기분이다. 알 수 없는 기분도 든다”며 웃었다.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을 맡아 열연한 유아인. 극 중 정도전을 맡은 김명민과의 호흡은 남달랐다. 두 사람의 연기 대결과 극적 대립은 장장 6개월간 ‘육룡이 나르샤’가 동 시간대 1위에 오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50부작이라는 긴 시간 내내 정도전과 이방인은 관계가 심플하지 않았다. 롤모델이자 우상이었던 정도전이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드라마 후반에 가서는 정적이 됐다.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 속에서도 김명민 선배님과 연기 하면서 좋았다. 호흡은 무척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민 선배를 비롯 천호진 선배도 함께 해야 하기에 초반에 감독님께서 문자로 ‘기죽지 마’라고 보내신 적이 있다. 나 원래 기 안 죽는다”라며 며 “사실 초반 이방원은 기가 죽어 있는 인물이지만 갈림길에서 다시 힘을 내는 캐릭터였다. 김명민 선배와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 어떤 선배들보다 장난 많이 치고, 농담 하면서 편안하게 지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 달리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시각은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유아인이 연기하는 이방원 캐릭터가 역사를 왜곡하거나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유아인은 “미화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많은 분이 생각하시듯 이방원에게는 ‘용의 눈물’ 속 유동근 선배님의 이미지가 있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강인함, 강직함, 철혈군주, 세종의 아버지로서 모습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흥미로운 캐릭터였다”며 “대중 혹은 시청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이방원이라는 이미지와 정치인으로서의 이방원의 이미지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어떤 인물의 내면이 비친다고 해서 미화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화 논란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아름답게 비춰주고 싶은 게 아니라 어떤 흐름 속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를 봐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이 연기하는 이방원을 통해 들여다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미화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긴 호흡을 마무리한 유아인.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더라. 말 장난 같은 거지만, 실제다. 정말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는게 제일 힘들다. 이 드라마를 하는 내내 직장이라고 표현을 했었다”고 웃었다.
이어 “어떤 현장이라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곳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불합리함이 금방 안끝나니깐 화가 많이 났었다. 그래도 끝까지 참으면서 했다. 그리고 툴툴 거리면 ‘싸가지 없다’고 하니깐 스스로 감내하는 게 싫었다. 그런 점이 힘들었다. 물론 좋은 것도 있었지만, 힘들 점을 꼽자면 그렇다. 지난해까진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 ‘사도’였는데, 이번에 이방원으로 바뀌었다”며 “잘 마무리된 것 같아 홀가분하다. 이젠 쉬고 싶다”고 전했다.
차기작 대신 휴식을 선택한 유아인은 입대도 앞두고 있다. 그는 “쉬는 동안은 작품은 고민하지 않을 생각이다”라며 “군 문제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를 것이다. 영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UAA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