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세대가 뜬다②] ‘나’로 시작, ‘나’로 보낸 X세대의 나날

입력 2016-03-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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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 2. X세대의 부활

1993년 말, 한 남성화장품 광고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배우 이병헌과 가수 김원준(당시 이들은 각각 23살, 20살이었다)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는 ‘나, X세대?’라는 강렬한 카피와 ‘나를 알 수 있는 건 오직 나!’라는 문구로 눈길을 끌었다. ‘X세대’라는 단어를 이용한 최초의 광고였다. 그리고 그 문구는 타인과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려는 새로운 세대의 선언이기도 했다.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사진)로 상징되는 이른바 ‘신세대’는 이 즈음부터 ‘X세대’로 불리며 더욱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질투’ 등 트렌디 드라마가 생겨나고 댄스음악을 핵심으로 한 유행음악의 변화 등 대중문화의 흐름이 확연히 바뀐 직후였다.

이들은 1970∼80년대 격랑의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공동체의식을 중시한 ‘선배’ 혹은 ‘부모’세대의 가치와도 결별했다. 자신만의 개성과 주장, 타인과는 다른 외양의 스타일, 다양한 문화적 감수성, 적극적 소비행태 등은 이들이 내세운 새로운 ‘가치관’이었다.

1991년 더글러스 쿠플랜드의 소설 ‘X세대’에 그 어원을 둔 이 같은 사회문화적 흐름은 당대의 문화적 정서를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대중문화계에서 더욱 뚜렷했다. 급격한 산업화를 지나 1980년대 초반 3저 호황의 시대를 거친 뒤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열린 사회로 나아가던 때, 부모 슬하의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난 이들은 그만큼 다양해진 대중문화 콘텐츠를 한껏 받아들인 첫 세대였던 셈이다.

연기자 신은경과 가수 박진영 등은 그 상징적인 존재였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종합병원’ 등에서 20대 초반의 신은경은 중성적 이미지를 발산하며 여성 시청자에게도 사랑받았다. 박진영은 성적 표현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과감한 노랫말과 몸짓으로 또래 젊음의 환호를 얻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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