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은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현’재진행형입니다

입력 2016-04-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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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은 254야드에 이르는 장타를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골프로 올 시즌 3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100% 승률이라는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박성현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

■23세 박성현의 성공과 그 원동력

▶박성현의 장타는 다르다
드라이브 샷 평균거리·그린적중률 1위
▶박성현의 멘탈은 다르다
강자를 이기는 법·변수 대처능력 탁월


“나만의 색깔 있는 골프로 경쟁에서 살아남겠다.”

2년 전, 스물한 살 늦깎이 프로가 된 박성현(23)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화끈한 장타를 앞세운 그는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를 평정하고 있다. 무적행진을 계속하면서 국내 무대에선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박성현의 성공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장타라는 확실한 무기

박성현은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닥공골프’로도 불리는 박성현의 공격골프는 1인자로 우뚝 선 가장 큰 밑거름이자 힘이다. 그 뒤엔 ‘장타’가 있다.

박성현의 장타는 다르다. 지금까지의 장타자들이 장타를 ‘하나의 무기’로만 여겨왔다. 오히려 장타를 두려워하기도 했다. 멀리 치는 것보다 정확하게 치는 것이 더 낫다며 장타를 버리는 선수도 있었다. 박성현은 다르다. 장타를 ‘확실한 무기’로 만들었다. 장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가장 강력한 무기로 진화시켰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것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나 쯤 터지는 OB(out of bounds)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실제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작년 시즌 박성현의 드라이브 샷 평균거리는 1위(254.28야드)다. 반면 페어웨이 안착률은 123위(66.485)로 꼴찌 수준이다. 그러나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은 76.98%로 6위다. 올해도 비슷하다. 드라이브 샷(273야드), 그린적중률(82.72%)은 1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111위(65.48%)다. 러프가 짧은 대신 홀의 위치를 어렵게 하는 국내의 코스 환경에선 이보다 더 효과적인 공략 방법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성현의 장타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곳은 파5 홀이다. 23일 경남 김해의 가야골프장에서 펼쳐진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라운드. 박성현은 4개의 파5 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를 기록했다. 모두 장타의 힘이었다. 그 덕분에 이날만 8타를 줄인 박성현은 1라운드 공동 27위에서 단독선두로 도약했다.

시즌 세 번째 우승을 확정지은 3라운드에서도 장타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9번(파5·561야드)홀에서 티샷을 260야드까지 날린 박성현은 3번 우드로 다시 230야드 가까이 날렸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76야드. 박성현은 58도 웨지로 세 번째 샷을 쳤고, 공은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이글이 됐다. 공동선두였던 박성현은 샷이글로 단숨에 2타 차 선두로 달아났고, 마지막까지 타수를 지키며 1타 차 우승에 성공했다.

장타를 바탕으로 한 박성현의 공격골프 공식은 간단하다. 최대한 멀리 쳐 놓고 가까운 거리에서 홀을 노리는 방식이다. 그 결과 버디도 많이 나온다. 올해 파5 홀에서 박성현의 버디 확률은 50%다. 지난 시즌은 28개 대회에서 34.23%를 기록했다.

박성현은 “장타가 게임을 쉽게 풀어가는 데 큰 효과가 있다”면서 “멀리 쳐놓고 핀에 가까이 붙여서 성적을 올리는 작전을 계속 고수할 생각이다”라고 다른 장타자들과는 다르게 말했다.



● 시련 극복한 강철 멘탈

박성현에겐 지독히도 많은 불운들이 뒤따라 다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채를 잡은 그는 고교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러나 곧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다. 곧바로 프로무대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쉽게 될 줄 알았던 프로의 길엔 생각하지 못한 불운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프로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로 인해 테스트를 해보지도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프로가 돼서도 불운은 계속됐다. 2012년 프로가 되면서 드림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맹장수술을 받는 바람에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됐다. 1년 뒤 정규투어에서의 활약을 꿈꿨던 그는 1년을 더 2부 투어에서 뛰어야했다.

2014년 어렵게 정규투어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불운이라는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5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해 무난히 우승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정민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연장으로 끌려갔고, 결국 우승트로피를 내줬다.

숱한 시련이 있었지만 박성현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고 단단해지는 계기로 삼았다.

지난 시즌 3승으로 눈부신 성장을 보인 박성현은 2016년 들어 전성시대를 맞았다. 3개 대회에 나와 모두 우승하면서 승률 100%라는 진기록을 쓰고 있다. 3번의 우승 과정에서 박성현의 성장과 강철 멘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는 김효주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강자와 싸워 이기는 법을 터득했다.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는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기상악화로 인해 매 라운드가 지연되는 지루한 경기가 계속됐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또 신인과의 우승 경쟁이라는 부담을 이겨냈다.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마지막 2홀을 남기고 계속된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상대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으면서 추격의 의지를 꺾어 놨다.

박성현은 스스로를 믿는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박성현은 2016년 새해를 맞이하며 삼행시로 자신과 약속했다.

‘박: 성현은 사람들이’

‘성: 공했다고 말하지만’

‘현: 재진행형입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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