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판독 오심에서 우리가 알아야할 것들

입력 2016-05-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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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자 이범호. 스포츠동아DB

지난달 29일 KIA 이범호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전 5회 2사 1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큰 타구를 날렸다. 외야석 관중 보호를 위해 만들어놓은 노란 보호펜스에 타구가 맞았고, 튄 공은 그 뒤 검은색 그물에 걸리며 다시 외야로 들어왔다.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심판진은 2루타로 판단한 것이다. 야구장 구조를 잘 아는 KIA 김기태 감독이 ‘외야석 그물에서 튕겨 야구장으로 들어왔으니 홈런’이라고 주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김 감독은 비디오판독까지 요청했다. 그런데 판독까지 했음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판독을 한 이상, 번복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이범호는 홈런 1개를 날렸고, KIA가 패하기라도 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졌을 수 있다.

이제 와서 오심을 들춰내자는 얘기가 아니다. 비디오판독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심판진의 증언을 재구성해서 살펴봤다.

첫째, 취재 결과 비디오판독을 할 때 심판진들이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음향까지 틀어놓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시 말해 중계진의 말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중계진의 해설위원은 “홈런이 아니다”고 꽤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이 말에 심판진은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원칙적으로 비디오 판독에서 중계진이 중립적으로 말하는 것이 심판들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둘째, 심판들도 결국 동영상을 재생해서 보는 것이니만큼 방송사가 어떻게 화면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판정이 갈릴 수 있다. 당시 중계진은 이범호의 타구가 나온 직후, 비슷한 각도에서 촬영한 화면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챔피언스필드의 지형지물에 익숙하지 못한 심판진은 판단이 더욱 어려웠다. 익명의 심판원은 “그렇게 2루타로 판정을 내렸는데 나중에야 다른 각도에서 찍은(홈런임을 알 수 있는) 화면을 내보냈다고 하더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셋째, 30일 이 상황을 두고 취재하며 느낀 점은 심판진이 예상보다 오심에 대한 인정이 빠르다는 사실이었다. 한 심판원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얘기를 나눴다”고 마음에 뭔가가 남아 있다는 뉘앙스로 얘기를 했다. 직접적인 인정은 하지 않았지만 ‘홈런을 2루타로 잘못 봤다’는 간접적인 아쉬움도 표시했다. 심판진이 이렇게 권위적이지 않게 나오니 KIA와 이범호도 큰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심은 나올 수 있다. 관건은 그런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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