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임의탈퇴 보완 ‘노경은 법’ 만든다

입력 2016-05-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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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노경은. 스포츠동아DB

임의탈퇴는 풀어 쓰면 선수가 계약의 해지를 바라고 구단이 이를 받아들이는 절차를 말한다. ‘자퇴선수’라고 부르면 더 이해가 쉬울 수 있다.

두산 노경은(33)의 은퇴 과정은 이 임의탈퇴의 본래 취지에 가장 맞는 수순을 밟았다. 임의탈퇴가 은퇴가 아니라 야구단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의 징계용으로 남용했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노경은이 은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의도와 무관하게, 임의탈퇴 제도의 맹점을 파고드는 꼴이 됐다. KBO와 두산이 굉장히 곤혹스러워하는 이유도 단지 번복을 받아들여줘서 봉합될 일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노경은의 은퇴 번복이 받아들여지면 임의탈퇴가 트레이드를 원하는 선수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숙제가 남는다. 선수가 은퇴를 바깥에 흘려서 구단과의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고, 그 다음에 은퇴를 번복해 구단이 어쩔 수 없이 트레이드를 시키도록 유도할 수 개연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KBO와 두산은 노경은이 고의적으로 이런 포석을 깔고 일을 결행했다곤 여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KBO 관계자는 13일 “두산이 노경은의 은퇴 번복을 받아주면 임의탈퇴를 없었던 일로 해 줄 수 있다” 의사를 밝혔다. 두산은 입장을 보류하고 있지만 노경은의 현역복귀는 기정사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필적 고의라 할지라도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남는다. 가장 큰 쟁점은 ‘임의탈퇴의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하느냐’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선수가 임의탈퇴 동의서에 사인한 순간’부터라고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두산도 10일 바로 임의탈퇴 발표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KBO는 선수 본인의 의향을 구두로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노경은은 며칠이나 지나서 번복 의사를 밝힌 것이다. KBO의 확인 절차가 최종적으로 완료되지도 않았고, 총재의 임의탈퇴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경은의 임의탈퇴는 비록 사인을 했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KBO 실무자는 “웨이버처럼 임의탈퇴도 선수 자필 사인이 들어간 동의서가 KBO에 접수되면 구단 발표 순간부터 바로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약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의탈퇴 효력 시점에 관해 명문화되지 않았던 것을 의도치 않게 노경은이 들춰낸 것이기 때문이다. 임의탈퇴의 시점이 규정에 적시되면 사실상 ‘노경은 법’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무엇을 상상하든지 그 이상을 보여주는 우리 야구계의 현실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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