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배신’ 롯데 선발야구의 난맥상

입력 2016-06-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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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린드블럼. 스포츠동아DB

롯데는 지난겨울 불펜투수 2명을 사오는 데 100억 원 이상의 돈을 들였다. 야수진의 누수도 없었다. 조원우 신임감독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승률 5할은커녕 중위권에서 버티기도 힘겹다. 제대로 된 연승 한번 타지 못하고 있다. 근본 문제는 롯데의 강점인 줄 알았던 선발진이 취약지대로 변질된 탓이다.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송승준~박세웅~고원준으로 출발한 선발은 이름값만 따지면 전원 10승 이상을 기대할만했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 제몫을 해주는 투수는 레일리와 박세웅뿐이었다.

린드블럼은 KBO 최강의 이닝이터에서 리그 최악의 선발투수로 몰락하고 있다. 17일 SK전에도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 10안타 5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시즌 5승7패에 방어율이 6.26에 달한다. 롯데에서 최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해봤지만 지난해와 딴판이다.

송승준은 아예 부상 탓에 1군에 없다. 조 감독은 “구위를 확신해야 올린다”고 했는데 언제 올라올지 미지수다. 고원준은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그만큼 기대를 잃었다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5명 선발진을 돌리기조차 버거운 롯데는 ‘돌려막기’로 땜질을 거듭하는 실정이다. 17일까지 KBO 10개 구단 중 2회 이상 선발로 출장한 투수를 세어 보면 롯데가 9명으로 한화(10명)에 이어 단독 2위다. 롯데보다 하위권인 KIA와 kt도 8명이었다. 상위권 팀들인 두산(6명) NC(6명) 넥센(5명)은 물론 중위권의 SK(6명) LG(5명)와 비교하면 롯데의 혼란스러움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박진형이라는 영건을 발굴해냈지만 역설적으로 팀 선발진의 고육지책에서 나온 예기치 않은 횡재에 가깝다. 조만간 롯데는 10번째 선발투수를 등장시킬 듯하다. 노경은을 선발로 준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노경은은 원래 불펜으로 생각하고 영입했던 투수였다.

린드블럼, 송승준 등 해줘야만할 선발투수들이 무너지며 롯데의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선발야구가 안 되면,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줄어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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