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혁-김기태가 선사한 5선발 맞대결 묘미

입력 2016-06-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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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허준혁-삼성 김기태(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선발 로테이션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투수들의 승부였지만, 에이스 맞대결 못지않은 한 판이었다.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두산과 삼성은 각각 허준혁(26)과 김기태(29)를 선발로 내세웠다. 허준혁은 두산이 자랑하는 막강 선발진의 마지막 한 자리를 담당하는 투수. 이에 맞선 김기태는 두 외국인투수들의 2군행으로 비어있는 로테이션을 메우기 위해 지난 11일 광주 KIA전(5이닝 2실점 선발승)부터 투입됐다.

물론 두 팀의 성적에 따라 허준혁과 김기태가 처한 상황은 조금 달랐다. 최근 4연승을 달린 두산 허준혁은 다소 여유가 있는 반면, 김기태는 팀 3연패 사슬을 끊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올 시즌 성적 역시 허준혁은 13경기 3승2패 방어율 4.37, 김기태는 6경기 1승3패 방어율 7.59로 허준혁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승부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의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허준혁은 4회까지 단타 2개만 내주며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5회 선두타자 안타와 볼넷으로 맞은 1사 1·3루 위기는 삼진과 1루수 땅볼로 침착하게 막아냈다. 6회 박한이에게 1점홈런을 내준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이날 허준혁의 성적은 6이닝 4안타 3삼진 1실점. 정확히 100개를 던진 가운데 시속 130㎞대 중반의 직구(54개)와 120㎞대 슬라이더(26개), 포크볼(13개)을 섞어 던졌다.

김기태 역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으로 맞불을 놓았다. 김기태는 2회 선두타자 닉 에반스에게 허용한 1점홈런을 제외하면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를 펼쳤다. 6회 1사에서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준 뒤 오른쪽 중지 손톱이 들려 급작스레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이날 기록한 6.1이닝 92개 투구는 데뷔 후 최다이닝과 최다투구수였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역시 2006년 데뷔 이래 처음.

이날 둘은 나란히 동점 상황에서 내려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금요일 밤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근사한 경기를 선물하는 데에는 충분한 역투였다.

대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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